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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02. 2023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2023년 41번째 영화

제목: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the first girl i loved)

감독: 오영산, 양조개, 출연: 담선언(윙), 양사영(실비아)

줄거리12년 내내 여학교를 다니며 학생대표를 해오던 윙(담선언),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친구 실비아(양시영).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특별한 시간들을 보내며 미래를 약속하지만,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과 상황들로 결국 둘은 이별을 택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은 한 통의 전화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 평생 함께하자던 소울메이트였던 그들, 그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개봉 때 보는 것을 놓쳐버렸다(대체 놓친 영화가 몇 편?) 그러나 행운의 학교에 디비디가 들어왔고..! 나는 보게 되었고...! 초반엔 졸린 눈을 부비적댔는데 어느덧 몰입해 보고 있었다.

따르릉~영화는 두 주인공의 전화로 시작된다. 실비아가 윙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꽤 오랜만인 듯 하다.


윙은 12년 내내 여학교를 다니며 학급 반장을 도맡아했다. 깐깐한 성격 탓에 친구가 많이 없는데, 그런 윙에게 단짝은 실비아 뿐이다. 영화를 보고, 쇼핑을 다니고, 스티커 사진을 찍고...윙에게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바로 미술 선생님!(그 시절 여학생들은 선생님 한 번씩 다 좋아하는 거 아니냐구요)그 사실도 당연히 실비아만 알고 있었는데...선생님에게 써둔 보낼 수 없는 러브레터가 선생님의 책상 위로 가 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윙은 러브레터를 되찾으러 갔다 선생님과 마주친다. 선생님은 결혼할 사람이 있으셨고...^^속상한 윙은 실비아에게로 와 따진다. "그건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실비아의 의외의 답변은 그날부터 윙을 가슴 설레게 한다. 곧이어 시험 날, 실비아는 심한 생리통으로 보건실에 가게 되고, 윙이 반장 자격(?)으로 돕게 된다. 실비아는 아프다며 윙의 손을 딱 잡더니 "저번 그 말 잊어줄래..?"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윙은 이상하게 실비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을 해버리게 된다. 그 확신은 정말 현실이 되었지만. 윙과 실비아는 어색한 기운을 뚫고 사귀게 된다. (영화에 사귄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으나 보여주는 화면상 사귀는 것임!) 안고, 입을 맞추고, 미래를 약속했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동성애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던 여학교에서 그들의 사랑은 부모님을 모셔야 할 정도였다. 실비아의 아버지는 우리 집 형편이 어려우니 나를 도와달라며 실비아를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실비아는 윙을 멀리 하고, 전처럼 '친구'라는 말 안에 우리를 가두게 된다. 미래를 약속한 실비아가 갑자기 이러니 윙으로선 실망스럽고 슬프기만 하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둘은 싸우다 홧김에 진한 입맞춤을 나누게 되고 그것은 학교에 후폭풍을 일으킨다. 그 일로 실비아는 떠나고, 남은 윙만이 학교에 다닐 뿐이다. 시간이 흘러, 윙은 대학생이 되고 통신 환경이 발달한 덕에 실비아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어쩌다 실비아와 만나기도 하는데, 그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다. 윙은 실비아의 곁을 채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실비아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둘은 영영 만나지 않게 된다. 영화는 처음으로 돌아가 실비아와 윙이 만난다. 실비아가 결혼을 하는데 윙에게 들러리를 부탁한 것! 고등학생 시절, 실비아와 헤어지며 다시는 입지 않겠다던 드레스를 입는다. 꼬옥 안는 둘. 윙은 실비아를 바라본다. 실비아와 손을 꼭 붙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상상을 한다. 또각.  


어느 정도 개인적인 문제로 헤어진 것도 맞지만 그 전에 시대가 이 사랑을 거부했다는 것이 마음에 쓰인다.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성별'이 아니라. 둘이 꿈꾸던 행복한 미래가 다른 방향으로 펼쳐져서 쓰리다, 정말. 결혼식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윙이 너무 서럽게 우는데...아냐, 너 조연 아니야. 넌 분명 어느 시절에는 실비아만큼의 아니 실비아보다 더 큰 주연이었어. 윙과 실비아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그저 행복하길. 그리고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세상이 반대한대서 나까지 반대편에 설 필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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