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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30. 2021

빛을 향한 까만 집착,<라이트하우스>

2021년 32번째 영화

제목: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

감독: 로버트 애거스, 출연: 윌렘 대포(토머스 웨이크), 로버트 패틴슨(에프라임 원슬로우)

줄거리: 1890년대 뉴잉글랜드에서 선배와 함께 등대를 지키는 남자. 술에 절어 지내는 선배가 잡무만 맡기자 화가 치민다. 게다가 폭풍우로 단둘이 섬에 갇히면서 상화은 악화일로.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비밀과 광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등대라는 제목만 보면 두 주인공이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 줄 알 수도 있다. 보면서 차라리 모험담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나도 주인공들과 함께 미쳐가는 줄 알았다. 캄캄한 흑백 화면에 우중충한 날씨에, 둘은 친하지도 않고, 망상을 보고, 후후. 이걸 2시간 동안 보고 미치지 않은 내가 위너다!

뉴잉글랜드의 외딴 등대로 두 등대지기가 온다. 토머스와 윈슬로우. 신참 등대지기인 윈슬로우를 고참 토머스는 불편해하고, 하다 못해 애송이라며 무시한다. 그런 무시도 다 견뎌내는 윈슬로우가 원하는 일은 등대에 불을 켜고, 바다를 지키는 것이다. 그야말로 직업의 본분을 다하고 싶은 것. 그러나 토머스는 등대는 자신의 것이라며 윈슬로우가 등대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한다. 등대에 불을 켜는 일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리는 토머스. 윈슬로우는 자신에게 잡다한 일만 시키고 툭하면 승질만 내는 토마스와 함께 지내며 점점 미쳐간다.

어느 날, 윈슬로우는 석탄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땅에 석탄을 뿌리려는데 그 곳에 딱 갈매기 한 마리가 버티고 서 있다. 갈매기를 쫓으려 어쩌다 보니 갈매기를 위협하게 되는데, 그걸 본 토마스는 바닷새를 죽이면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하지만 며칠 후, 그 경고를 무시한 윈슬로우는 거슬리는 갈매기 하나를 죽여버린다. 토마스의 그 말은 진실이었을까. 윈슬로우는 갈매기를 죽이고부터 환각과 망상에 시달린다. 점점 미쳐가는 윈슬로우는 토마스를 죽이고 등대에 올라간다. 등대의 밝은 빛을 본 순간, 그는 환호인지 절규인지 모를 비명을 지른다. 눈부심에 아찔해진 윈슬로우는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도 함께 미쳐가는 기분이다. 다른 미친 영화들도 많이 봤지만 이 정도로 여파가 심하지는 않았는데 라이트하우스는 되게 천천히 깊숙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상태가 이렇게 빨리 진정되지 않은 게(?) 처음인 것 같다. 

토머스는 윈슬로우를 왜 등대에 올라가지 못하게 한 것일까? 등대지기를 하는 토머스가 이미 미쳐버렸고, 미쳐버린 상태를 토마스 자신은 아니까 윈슬로우가 자신처럼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일까? 아님 단순히 등대가 자신의 차지이기 때문에, 내어주기 싫으니까 못 가게 한 것일까. 토머스도 토머스지만 윈슬로우도 등대를 향한 열망이 대단하다. 열렬한 마음이 집착으로 바뀌니 무서워졌다. 결국 두 주인공 다 파국. 사람이 어떻게 미쳐가는 지를 세밀히 보여준 영화였다. 그 과정을 끈질기게 보여주니 보는 사람들은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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