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7번째 영화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사치에), 카타기리 하이리(미도리)
줄거리: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이곳은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사토미)가 경영하는 조그만 일식당이다.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달 째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그래도 꿋꿋이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쯤 손님이 찾아올까? 일본만화 매니아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대뜸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묻는가 하면,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이곳까지 왔다는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가 나타나는 등 하나 둘씩 늘어가는 손님들로 카모메 식당은 활기를 더해간다. 사치에의 맛깔스런 음식과 함께 식당을 둘러싼 사연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내 주변을 온통 채우는 사람이 추천해준 영화.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작품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소중한 사람이 추천해준 것들을 보는 일은 유독 신이 난다. 이런 마음이 들면 최대한 빨리 보려 한다. <카모메 식당>은 스알짝 늦어진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굴뚝 같던 소원, 이제야 이뤘네 ㅎㅎ
그렇다 할 사건으로 진행되는 작품이 아니다보니, 더더욱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하고 싶다. 몸소 느껴야 아는 것들의 이치니까. 두 시간 조금 안되는 러닝타임 내내 나는 행복했다. '힐링'그 자체를 내세운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리틀포레스트>와 다른 듯 같은 결. <리틀포레스트>는 팍팍한 현실을 묘사했더라면 <카모메 식당>은 그저 편-안이다. 심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심심하고 삼삼한 것이 매력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탓이었다. 깊은 맛이었다. 먼 관계만으로 남을 수 있던 이들이 가까워지고 남게 되는 걸 가만히 바라보면서,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구나. 하고 느꼈다. 때때로는 어쩌다 들어온 것들이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구나. 그래서 인생이 재밌다는 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누구에게나 행복과 슬픔은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게 행복이야, 이게 슬픔이야 하고 대놓고 보여준 지점은 없었지만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행복해보이는 사람들도 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 사실을 가끔 잊는다.) 꼬르륵거리는 위장과 반대로 마음은 배가 불렀다. 고소한 내가 그리워지면 다시 꺼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