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에 들은 잔나비의 음악은 유독 서러웠다.
네가 보는 곳을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뛰어들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나는 모든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가지고 싶지 않은 능력. 마음을 읽는 것은 때때로 무섭다. 알게 될까 무섭다.
보고있노라면 아린 존재. 하지만 너는 새잖아.
영원이 없다면 영영 손에 쥐어지는 것도, 영영 잃어버리는 것도 없는데 나는 두렵다. 자꾸만 놓치는 것 같다. 저 멀리 두고 오는 것 같다. 믿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만 믿고 있어.
시린 겨울이 있듯 시린 여름도 있다. 이 계절은 너무 푸르러서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너랑 놀 때가 제일 좋아"라고 말할 순간들이 얼마나 남았을까. 충분히 남아있을까, 세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사실 셀 수 없을 정도로 남아있으면 좋겠어. 영영 이 계절에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 발만 동동.
받는 건 중요하지 않다. 주면서 채우는 사람이란 걸 오래 전에 알았으니. (마음이 없으면 받는 것에 오히려 신경쓰는 편)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그저 많이 생각한다는 말이야. 내 마음이야.
<한지와 영주>를 읽었다. 두고 갈 마음이 무거워 내려놓게 되는 인연도 있겠지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질시대 표 곳곳엔 한지 네가 살고 있는 걸. 어떤 암송도, 딴짓도 상관 없는 걸. 어떤 것도 네 생각을 막지 못하는데 널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인연도 있는 건데, 그런데 마음이 이상해. 아직 어떤 사실도 받아들이지 못하겠어. 이해가 가면서도 딱 떨어지지는 않는 소설이라 좋았다. 한지도, 영주도 서로에게 손톱자국 정도는 남겨뒀길.
그애는 그저 거기에 있었다.-한지와 영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