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번째 드라마
연출: 이정림, 김재홍, 출연: 김태리(구산영), 오정세(염해상), 홍경(이홍새)
줄거리: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젠장. 드라마 또 끝..^^이제 나는 무슨 낙으로 사나 싶다. '악귀'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망설였다. 퇴마하는 스토리가 아닐까 해서. 그닥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탓이다. 그렇지만 소재보다 배우를 많이 따지는 나라 태리가 주인공이니 봐야지! 하고 달렸다.
빌드업을 하는 초반부는 지루한데, 중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풀려가는 떡밥들과 연기 차력쇼가 이어지니 재밌을 수밖에 없다. 악귀의 근원이 해상네 가족임을 알게 되며 해상이와 산영이 절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넋 놓고 봄. 심지어 정세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 흘리는 게 다였는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태리한테 안 밀린다.
1화부터 봤지만 악귀가 찐 악귀를 말하는 건지 악을 은유적으로 빗댄 건지 아리송했다. 분명 찐 악귀가 맞는 것 같은데 악귀에 들린 사람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탐냈으니까 말이다. 부든 뭐든. 현대인의 욕심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고, 그걸 잡으려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인간성이라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받아들였다. 두 가지 의미로 다 해석할 수 있는 건가 모르겠다.
제목에 '나로 살아가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드라마 곳곳에 담긴 메세지이기 때문이다. 악귀는 죽어서도 나로 살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몸을 빌려 연명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탐내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탐낸다. 악귀가 말했듯, 산영이는 달랐다. 산영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악귀를 잡으려 애썼다. 그것이 자신의 도리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악귀는 잡았지만 산영의 눈을 가져가버렸다. 그럼에도 살아가겠다고 이야기하는 산영.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겠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해상을 응원하겠다는 정세 배우 말처럼, 산영이가 끝내 행복하길 바란다는 태리 배우 말처럼 나도 어디선가 애쓰고 있을 그 누군가들을 응원해야겠다. 그 전에 소중한 나에게 먼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