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Jun 04. 2021

술 냄새 나는 의식의 흐름,<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2021년 35번째 영화


제목: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night is short, walk on girl)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출연: 호시노 겐(선배), 하나자와 카나(검은 머리 아가씨)

줄거리: "아, 선배! 또 만났네요." "어쩌다 지나가는 길이었어." 천진난만한 검은 머리 아가씨를 남몰래 좋아하는 선배는 오늘도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최대한 그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기, 일명 최눈알 작전을 이어간다. 봄에는 폰토초에서 여름은 헌책시장에서 매운 음식 먹기 대회, 대학축제가 한창인 가을 그리고 지독한 독감에 시달리는 겨울까지! 단 하룻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간 선배는 점점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다른 영화 리뷰들처럼 줄거리를 설명해야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말도 못하게 의식의 흐름이라 줄거리 설명을 생략하고 가겠다. 얼마나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시다면 직접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모험을 하고 있다거나 꿈을 꾸는 느낌을 받았다. 천방지축 검은 머리 아가씨가 술을 거하게 마시고, 대학 축제 공연에 참여하고, 하늘을 날며 스펙터클한 경험들을 해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해낼 때마다 그림은 왜곡되고 과장되며 무너진다. 그러다보니 나는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가씨와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 것 같았다. 

오, 근데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이라니..!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워후 진짜 이상한 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인물들은 이런 일들을 겪고도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일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뱉어낸다. 모든 게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그런데 영화라는 공간은 대부분의 일이 허용되므로 부자연스러운 공간인 것은 맞다.

살짝 말이 안되는 지점도 있었다. 자신(아가씨)을 성추행한 남자에게 온정을 베푼다던가, 아가씨를 따라다니는 선배의 행동이 은근슬쩍 합리화되는 것 같은...? 그러한 지점이 나오더라도 과감히 패스가 과감하다. 왜냐면 이 영화는 패스를 해도 괜찮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개연성이 없고 병맛이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장면에 색감이나 그림들은 정말 마음에 든다. 이상한 분위기지만 표현을 감칠나게 해줬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노래도 참 좋다. 다시 운명처럼 만나는 선배와 아가씨에게 어울리는 느낌의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워후! ㅋㅋㅋㅋㅋ이런 독특한 영화는 처음인데, 나쁘지 않았다. 생각없이 볼 수 있어 머리가 가볍다!

나도 사과 비를 함께 맞을 사람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사과 비를 맞아서 죽겠지...?

아 그리고 술 냄새가 난다고 표현한 것은 술 마시는 장면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이다. 그리고 술의 색색들도 통통 튀어 눈에 쏙 들어온다. 아가씨가 주당이라 그런가ㅋㅋㅋㅋ아무튼 술 냄새가 풀풀 난다. 벌겋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