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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06. 2021

겨울이 봄 향기를 맡을 때,<나의 아저씨>

2021년 2번째 드라마


제목: 나의 아저씨

감독: 김원석, 출연: 이선균(박동훈), 이지은(이지안), 고두심(변요순), 박호산(박상훈), 송새벽(박기훈)

줄거리: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


나의 아저씨가 방영시에는 말이 많던 드라마였다. 어린 여자와 나이많은 여자가 사랑하는 이야기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정말인가 싶어서 드라마를 보고 확인하려고 했었지만 고3이었으므로 패스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는 이 드라마를 이모께 추천받았다. 이모는 드라마를 많이 보시는 분도 아닐뿐더러 드라마를 봤다고 해서 추천하는 분도 더더욱 아니어서 이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인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넷플릭스에 있어서 전 회 다 시청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이 우려했던 부분이나 나에게 거슬리던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훈과 지안의 관계, 약자를 향한 폭력, 몇몇 대사들. 폭력적인 장면이나 몇몇 대사들은 내가 좋게 생각한다고 해서 미화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닐뿐더러 수정도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덮어두고 보았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동훈과 지안의 관계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관계가 아니었다. 이러한 관계를 단순히 이성간의 사랑이라고 결론지을 수도 없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문제 삼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나이차를 뛰어넘은 사랑이야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세상 이야기로 와닿았다.

이 드라마를 인생드라마로 꼽을 정도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드라마였다. 박동훈의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었지만, 비현실적이기때문에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현실에는 이런 사람이 없겠지. 나도 누군가에게 박동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삶, 그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동훈과 지안이 서로에게 그랬다. 죽여버리고 싶은 후배, 그런 후배와 아내의 불륜, 그 밖에 마음에 꽁꽁 담아둔 것들이 많은 동훈과 어렸을 적부터 아픈 할머니와 함께 살며 빚에 시달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란 아르바이트를 모조리 해내는 지안은 동훈의 채용 덕분에 만나게 된다. 동훈의 채용 이유는 단순히 '달리기'였다는 것도 재밌다. 처음에 지안은 목적이 있어 동훈에게 접근해 도청까지 했지만, 도청을 통해 동훈의 고달픈 삶을 알게 된다. 고달픈 삶이지만 형제들에게 살갑게 굴고, 아내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못하는 동훈을 보며 지안은 자신을 점점 치유한다. 더불어, 한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지안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던 동훈은 지안을 솔선수범 돕는다. 덕분에 지안은 세상이 따뜻한 곳임을 알게 된다.




나는 어떤 장면보다도 마지막회에서 지안과 동훈의 재회씬 가장 마음에 든다. 카페의 많은 사람들 틈에서 들리는 동훈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동훈을 알아보는 지안. (대사 중에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해준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대사가 이 장면에서 이뤄진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동훈과 지안. 지안은 동훈에게 밥을 사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이 대사에서 울컥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지안은 동훈에게 수없이 밥과 술을 사달라는 말을 하는데, 이 장면에서만큼은 지안이 동훈을 위해 밥을 사주겠다고 한다. 지안에게 이제 예전 모습은 없고 풋풋하고 꾸미기 좋아하는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이 되어있다. 그런 지안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 동훈. 뒤돌아서서 가면서 동훈은 마음으로 묻는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은 대답한다. '네.네.' 두 인물이 프레임 바깥으로 사라지면서 드라마가 끝이 나는데 흩날리는 벚꽃잎들 같이 따스한 엔딩이었다. 두 사람이 마주볼 때의 웃음이 잊히지가 않는데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이제 두 사람 다 편안함에 이르렀길.


캐릭터가 다들 개성있었지만,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두 캐릭터를 뽑자면, 이광일과 최유라다. 

이광일은 지안을 쫓는 빚쟁이다. 둘이 지독히 얽힐 수 있었던 사건이 있다면 빚에 시달리던 지안이 자신의 할머니를 패던 광일의 아버지를 죽인 사건이다. 사실 이때 광일 또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상태였고, 아마 광일도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지안이 자신의 고민을 대신 해결해준 셈이긴 하나, 아버지가 자신때문에 죽었을거라는 죄책감과 분노가 버무러져 그 감정을 지안에게 아버지가 휘둘렀던 방식으로 똑같이 표출한다. 하지만 광일은 지안을 좋아한다. 지안 앞에서 눈물도 흘리고, 자신을 착했다고 말하는 지안의 녹음을 듣고는 흔들린다. 폭력은 잘못됐지만 광일이라는 인물이 나에게 가장 복잡한 인물로 다가왔다. 

최유라는 정말 러블리하지만, 병맛 같은 캐릭터였다.ㅋㅋㅋㅋㅋㅋ이 언니만 나오면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까는 것 같은 말이지만, 다 들어보면 이유가 있는 말이다. 그걸 되게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이한 캐릭터여서 인상 깊게 남는다. 권나라 배우 연기 참 잘한다. 이태원 클라스에서도 나왔었는데, 거기서는 심리가 되게되게 복잡한 인물이었는데도 잘 해내주었다. 권나라라는 배우,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모 덕분에 좋은 드라마 정주행 끝!

나는 박동훈 같은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송 과장 같은 인물이라도 되고 싶은데, 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완벽한 어른은 아니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나도 누군가를 편안함에 이르게 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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