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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Sep 05. 2023

반짝이는 마음은 숨기지 못해,<성적표의 김민영>

2023년 11번째 재관람

제목: 성적표의 김민영(kim min-young of the report card)

감독, 작가: 이재은, 임지선, 출연: 김주아(정희), 윤아정(민영)

줄거리기숙사 생활을 하며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지낸 김민영, 유정희, 최수산나.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우정도 졸업과 동시에 각자의 다른 생활 속에서 관계가 소원해진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민영이 갑자기 정희를 집으로 초대하고, 정희는 기쁜 마음으로 민영을 찾아가지만, 자신의 기말 성적을 정정하느라 바쁜 민영에게 정희는 안중에도 없다. 정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을 기다린다. 과연 정희와 민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년 가을, 아직 태양이 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적, 이 영화를 알게 됐다. 익숙한 스토리...어디서 많이 봤다는 의미가 아니고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있을 법한 스토리였다. 꼭 친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거리를 뒀다(자의든, 타의든)다시 만나면 자그마한 또는 큰 공백을 만나게 되지 않는가. 당시 나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면서 친구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타이밍이 맞는 영화를 어찌 놓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친구들에게 소중한 사람일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사람은 아니겠지. 반대로, 나는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할까, 예전처럼 지내는 것은 무리겠지 하는 것들. 시간이 지나니 안다. 흘러가버린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흘러가면 변하는데 그것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한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영영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노력하는 관계가 있다. 언제까지나 옛날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툭툭 던져보고픈 사람이 있다. 관계는 쌍방이어야 하고 변해버린 우리를 느낄 때면 슬퍼지지만, 그럼에도. 


민영이가 집에 돌아와 정희가 써준 성적표를 보고, 정희가 그려준 그림 속 숲의 정령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의 장면들이 모두 좋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라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내가 건 최면인지도 모르겠다. 정희에게 민영이는 아직 소중한 친구일까. 민영이에게 정희는? 정희가 만든 떡을 그냥 갖다둘 만큼 스스럼없는 관계인지, 마지막을 깨달은 건지. 남은 건 공모전의 그림들과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뿐. 


곧 영화의 일주년이다. 너무 너무 축하한다. 지나쳐버린 시간들을 담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그 시간을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그때를 떠올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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