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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Sep 30. 2023

돼지는 행복할 거야,<페르소나:설리>

2023년 75번째 영화

제목: 페르소나: 설리

감독: 황수아, 김지혜, 정윤석,  출연: 설리


1화: 4:클린아일랜드

감독: 황수아, 김지혜, 작가: 김지혜, 출연: 최진리, 박가비, 황미

줄거리: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네찌’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인 ‘클린 아일랜드’로 이주하기 위해 기묘한 입국 심사를 받는 과정을 다룬 단편영화


우선, 단관 개봉해준 라이카시네마에 감사를 전한다. 동행에 함께 해준 예지에게 모든 고마움을 함께 전한다.


넷플릭스에 나올 <설리에게>라는 다큐멘터리에 실린 단편 중 하나. 솔직히 말해 관람 전에는 영화 팬으로서 영화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 알량한 마음은 설리를 보며 갈기갈기 찢어졌으리라.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인 클린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네찌는 '4'가 이름인 소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름 때문인지 도축장 일을 하게 된 4는 자신처럼 '4'가 새겨진 돼지를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마음이란 건 뭘까요? 라는 대사를 전하는 설리를 보며 '그러게, 마음이란 건 뭘까?'하고 생각하게 됐다. 마음이란 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해질 수도 있고, 의도 그대로 전해질 수도 있는 것. 가끔은 털어내줘야 하는 것. 또 채워져야 하는 것. 정의 내릴 수 없겠다. 그러다 결말 장면에 다다라서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정말 행복했거나, 살덩이만 남은 존재가 됐거나. 전자이길 믿어본다. 정말 끝에 가서는 그가 웃었으니까.


올해는 설리도, 종현이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구나.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지만) 그들을 향한 변치않은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신기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한결 같기가 쉽지 않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것이 마음인데. 덕분에 오늘 행복했다. 우리 모두의 무운과 행복을 빈다:)


2화: 진리에게

감독: 정윤석, 출연: 설리

줄거리: 최진리는 설리의 본명이다. 그 이름을 제목에 가져온 <진리에게>는 설리가 남긴 마지막 인터뷰를 동아줄 삼아 이제 더 이상 여기 없는 그녀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설리는 누구였을까?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영화, 일기, 사진, 브이로그 등 다채로운 아카이브 자료를 펼쳐 놓으며 정윤석 감독은 묻고 또 묻는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인지를 묻는 집요한 질문에 설리는 언어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자기 존재를 가져다 놓은 듯, 말보다 더 길게 침묵한다. 그 공백을 잘라내는 것은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지만 <진리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영화의 모든 순간이, 설리의 모든 말들이 어떤 예고나 암시처럼 들릴지라도 슬퍼하지 말길, 다만 기억하기를. <진리에게>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클린 아일랜드>를 보고 '진리에게'를 어서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의 이야기를 매체로 접할 때면 자극적인 요소들로 점철돼 억지로라도 멀리하려 했던 것 같다. 스물 다섯. 나도 내년이면 스물 다섯인데. 그럼에도 그에게 매달린 무게를 가늠할 수 없어 말을 아껴본다. <클린 아일랜드>를 볼 때보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야기를 듣는 자리라 더 그랬다. <진리에게>에서 본 그는 생각 많고 마음 깊은 사람이었다. 하나 덧붙이자면 하고픈 거 많은 사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때가 언제냐고 물었을 때, 자신에게 상처를 줄 때라고 말할 때 팔 안 쪽이 찌릿했다. (이후에 팔이 몇 번이나 더 찌릿했다.) 아이돌, 자신, 꿈....이런 저런 생각들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다 이해할 수도, 그의 이야기를 듣기에도 늦었으니. 떠나간 사람들이 떠오른다. 어떤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 때는 확 박힌다. 오늘은 후자. 어떤 말을 해도 아프지만, 안온한 날만이 함께 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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