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Oct 22. 2023

잠 못 이루게 하는


영화 보기 시작한 지 1n년...봐야지 봐야지 하다 못 본 영화도 있고, 공포영화 편식도 조금 하고, 우연찮게 이어진 작품들도 있다. 요번에 쓰려는 영화들은 보고 충격을 받아 한 달 이상 생각하고 골몰했다. 나온 지도, 감상한 지도 시간이  흐른 것들인데 노크도 하지 않고 쳐들어 오는 것인지. 무방비 상태는 속수무책이다. 네 편의 영화는 다시 보기도, 선뜻 추천하기도 어렵다. '영화'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1. 레퀴엠: 돌아버린다. 소재도 소재인데 촬영기법이 독특해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신을 중독시키는 영화'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알려주듯, 주인공들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 손 댈 수도 없을만큼 미쳐가는 그들을 보며 내가 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럽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아무쪼록 맨정신으로 봤다 제대로 피폐해져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피폐해진 정신으로 보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2. 미스테리어스 스킨: 타 사이트에서 추천 받았다. 외계인 관련 영화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보고 싶었다.(우주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속이 막혀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두 사람이 그 날 밤 마주한 존재가 외계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아갈 수 없게 만든 존재는 갈기갈기 찢어도 시원찮다. 갈기갈기 찢는대도 멈춰버린 시간은 어떡할 건지. 누가 그들을 책임질 수 있는지, 누구의 탓인지....엔딩씬은 자꾸만 맴돌고.

3.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의 <복수 3부작>중 1부. <올드보이>랑 <친절한 금자씨>는 유명한데 나머지 하나는 뭐지 하고 찾다 발견했다. 그래, 이게 1부니까 이것부터 보자 해서 봤는데...여파가 너무 심했다. 뒤에 두 작품을 봤는데도 생생히 남는 건 <복수는 나의 것>뿐. 류가 너무 안쓰러워서 시까지 줄줄 썼으니 말 다 했지 뭐. 살아보려고 했던 상황들이 어그러지면서 류를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가 완전히 착한 놈은 아니다. 원래 인간은 다 그런 거니까.) 송강호의 장례식 씬은 곱씹을수록 인상깊다. 대비가 확실했거든. 그런데 그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해서 특히 송강호가 맡은 역할 상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암~

4. 마더: 어렸을 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터져나온 반응들을 기억한다. '미쳤다!', '김혜자 배우와 원빈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같은. 재생 버튼을 누를 적에도 그런 반응들은 소곤소곤 들려왔으므로, 보는 건 시간 문제였다. 결론: '미쳤다! 김혜자 배우와 원빈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미쳤음...스토리도 스토리인데 연기가....연기도 '그냥' 잘한다가 아니고 정말 잘한다. (말로 표현 불가) 오프닝씬과 엔딩씬은 수미상관을 이루는데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아들을 지킬 거야라는 울부짖음이 들리는...동시에 그 어떤 존재도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긁어낸다. 이 영화가 다루는 모성애도 다면적이라 흥미로웠다. 여러모로 재밌었다.

작가의 이전글 지브리 최애작 다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