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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Oct 31. 2023

<다음 소희>의 눈을 아무도 보지 않았다.

2023년 78번째 영화

제목: 다음 소희(next sohee)

감독, 작가: 정주리, 출연: 김시은(소희), 배두나(유진)

줄거리“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기회가 되어 보게 된 <다음 소희>. '기회가' 앞에 '드디어'를 붙이고 싶다. 볼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모티브로 쓰인 실화를 듣자마자 속이 턱 막히는 것이 감상을 망설이게 했다. 돌아돌아 보게 되었네.

lg 유플러스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https://namu.wiki/w/%EC%A0%84%EC%A3%BC%20%EC%BD%9C%EC%84%BC%ED%84%B0%20%ED%98%84%EC%9E%A5%EC%8B%A4%EC%8A%B5%EC%83%9D%20%EC%9E%90%EC%82%B4%EC%82%AC%EA%B1%B4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특성화고 애견미용학과 학생이다. 모두가 알 듯, 특성화고는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때가 되면 실습 및 취업을 나간다. 소희 또한 다른 학생들처럼 실습을 나가게 된다. 선생님이 겨우 겨우 뚫었단 곳은 모 대기업의 콜센터. 소희의 전공과는 전혀 맞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학교 이미지도 있고 내가 어렵게 얻어왔으니 일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이제 대기업 사무직이다~"하며 부푼 꿈에 실습을 나간 소희. 첫날부터 사수가 욕설을 듣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더 충격인 것은 그 말을 듣고도 참는 사수. 모두가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자동적으로 말하는 상담원들이었다. 소희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초췌해진다. 욕설을 듣고, 성희롱을 듣고...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 할 수 있는 건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 뿐이다. 더불어, 약속한 월급은 '수습기간'이라 주지 않고, 인센티브를 보험으로 실습생과 직원들이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 소희를 비롯한 실습생과 직원들을 감싸안는 건 팀장 뿐이다. 팀장도 위에서 갈구니 실습생과 직원들에게 실적을 올리라고 하나 자신도 뼈 빠지게 일하니 실습생과 직원들의마음을 이해해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다 처리해준다. 어느 날, 팀장은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다. 유서엔 실습생과 직원들의 좋지 않은 처우에 대해 낱낱이 적혀 있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각서를 받아 팀장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사망에 대해 발설하지 못하게 한다. 팀장의 죽음은 어영부영 넘어가고, 새로운 팀장이 온다.

소희는 자유가 없다. 콜 수를 채우기 전까지 퇴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날카로워진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도 그리 잘 지내지 못하게 된다. 는 건 술 뿐이다. 소희는 자해를 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될까?" 라는 말에 아빠는 대답하지 않고, 엄마는 못 들은 체를 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는 자살한다. 경찰인 유진은 소희의 주변을 조사하며 소희의 죽음에 대해 알아가려 한다. 유진이 얻은 것은 '모두가 소희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롣 돌리지 않는다는 것'. 회사는 소희는 실적이 좋았으나 욱하는 기질이 있었다며 그런 기질이 있는 아이는 여기(콜센터)로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되려 질책한다. 학교는 학교의 실적은 학생들의 취업률로 책정된다며 그거에 맞춰 예산을 받기에 전공과 관련없는 일이라도 학생들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이렇게 말한 학교도 학생들을 차별했다.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에겐 빨간 조끼를 입혀 취업 나간 학생들과 구분하며 압박했다. 교육청에선 한낱 장학사가 무슨 힘이 있냐며 적당히 넘어가자고 한다. 그곳도 실적(=학생들의 취업률)으로 예산을 받는다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소희의 부모님은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될까?"를 들은 사실을 모르쇠한다. 소희의 친구들은 물류창고에서 공장에서 개인적으로 비제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로 말이다. 소희의 장례식이 끝난 뒤, 유진은 소희의 휴대폰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하나의 동영상만이 남아있었는데, 그것은 소희가 서두에 찍은 춤 영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희와 함께 초췌해져갔다. 처음부터 의문. 애견미용학과 다니는 친구를 왜 콜센터..?

죽음을 외면한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닌데 누구도 자신들의 잘못이라 하지 않는다. 콜센터는 학교, 학교는 교육청 탓을 한다. 교육부까지 갔더라면 누구 탓을 했을지 기대되는(?)부분이다. 그러고선 장례식에는 왔네..? 이중계약서 작성에 실습생 무시하고 조롱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콜센터 잘 봤습니다^^

콜센터하니까 주변에 콜센터에 근무하셨던 분이 계신데 '치가 떨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쌍욕에 협박에 성희롱까지 들으셨다고 했다. 엄연히 콜센터도 작업장인데, 왜 남의 작업장에 전화해서 지랄이지? 나쁜 상황이 들이닥쳐도 사과는 사과대로 하고 추스를 틈도 없이 일을 해야한다. 회사는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다음'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온다. '소희'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숫자로 보여지는 실적이 문제일까,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다음 소희'는 절대 나와선 안된다. 실습생 문제와 더불어 노동자 문제도 함께 꼬집고 싶다. 우린 너무 많은 사람을 잃지 않았는가. 스크린도어에, 공장 프레스기에, 심지어는 아파트 복도에서도 말이다. 사회학도는 세상을 뒤엎을 수 없음에 오늘도 분노한다. 나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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