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함부로 붙이는 단어가 아니다,<서울의 봄>

2023년 80번째 영화

제목: 서울의 봄(12.12 the day)

감독, 작가: 김성수, 출연: 황정민(전두광), 정우성(이태신), 이성민(정상호), 박해준(노태건), 김성균(김준엽)

줄거리: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 군사반란 발생 그날,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10월 26일 이후,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반란을 일으키고 군 내 사조직을 총동원하여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인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 일촉즉발의 9시간이 흘러가는데… 목숨을 건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 오늘 밤, 대한민국 수도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근현대사 영화라니..! 작년 이맘 때 쯤 '민주화 운동'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12.12 사태도 함께 조사했었다. 그러나 주제는 민주화 운동이었기에 12.12 사태는 '과정'으로만 알아두었다. 때문에 이 영화는 나에게 간절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후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싶은 나에게 말이다.

(개봉 전 영화이면서 역사로 스포가 다 되어있기 때문에 내용을 따로 쓰지는 않겠다.)

<서울의 봄>이란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무너지고 5.18 민주화 운동이 신군부에 짓밟히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독재자가 죽고 올 것만 같았던 봄은 더 거센 겨울로 처들어왔다. 오랜만에 평화를 누리는 국민들을 두고 자기들끼리 권력을 차지하려는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니...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의 반대 편에서 국민들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참 군인이 판세를 엎었어야 했는데 실권력은 하나회에서 나오니 '실패는 안 봐도 비디오다'라는 걸 예견한 부대들이 발을 뺀다. 피해 볼 걸 대비한다는 마음은 이해하겠는데...그래, 이태신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겠지. 끝에 가서는 모두가 알다시피 이태신이 전두광에게 투항한다. 더 이상 육군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닌 정부까지 꽉 잡게 된 것이다. 화장실 씬 황정민 배우는 정말...네...미친 놈 그 자체였습니다. 전두광도 전두광인데 그들과 뜻을 함께 하는 하나회도 참....전두광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 배를 탄다. 한 자리 차지하려면 나라를 사지로 몰아넣을 배포는 되어야 하는 구나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치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라는 걸 한국사 공부하면서도 새삼 느낀다. 다들 배짱이 두둑하다. 그 배짱을 자기 주머니에 안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짧았던 봄은 그렇게 멀어져간다. 오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 전두광도 참 급했구나...서울로, 고양으로, 파주까지 들어오다니 나 원...

다들 연기에 물이 올랐다. 워낙 경력도 높으신 분들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특히 우성씨, 올해 본 우성씨 연기 중에 제일 좋았다. 아까까진 참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았다. 내적으로 갈등하는 것이 너무 잘 느껴져서 내가 다 답답했다.

황정민 씨는 특유의 쪼가 계속 느껴졌는데 위에 말한 화장실 씬에서 처음으로 욕을 뱉었다. ㅎㅎ 그 장면은 도저히 참을 수 없겠더라고~이렇게 칭찬 다 하고 인상적인 배우는 따로 있었다고 말하면 이상하려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이성민, 김성균 씨이다. 요 인물들도 소신 있고, 무게감 있고.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연기를 해주어 좋았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이성민 배우는 첫 등장 때부터 꽂혔다. 언어 실력이 딸려 표현이 어려운데 아무쪼록 그랬다. 좋았다, 진짜!

좋아하는 파트인 근현대사를, 그것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근현대사의 급박했던 9시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다 보고난 뒤 기분은 그닥 좋지 않았음) 실화 바탕 영화라 배우 분들도 부담이 컸을텐데 출연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드린다. 2시간 이상 러닝타임을 시계 한 번 안 보고 지나갔다니 이거면 말 다했다. 다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