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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03. 2023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더 웨일>

2023년 81번째 영화

제목: 더 웨일(the whale)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작가: 사무엘 D.헌터, 출연: 브랜든 프레이저(찰리), 세이디 싱크(엘리), 홍 차우(리즈), 타이 심프킨스(토마스)

줄거리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씨지비에서 아카데미 기획전할 때 볼 걸....<이니셰린의 밴시>도 그때 봤어야 했는데 망해버린 영화 인생.

미뤄두다 여름이와 남준이의 후기로 다시금 볼 힘을 얻었고, 넷플에 작품이 있는 것도 확인했겠다? 바로 재생 갈겨.

찰리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수업을 할 때엔 늘 카메라를 꺼둔다. 왜냐하면, 거구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하는 것 없이는 일어날 수 없고 남들에게 별 거 아닌 일이라도 찰리에겐 별일이다. (예를 들면 틈새에 끼인 물건 빼기) 별일이 생겨 숨이 흔들리는 순간이면 <모비딕>을 주제로 한 누군가의 레포트를 읽고 또 읽는다. 거짓말같이 상태는 나아진다. 그런 찰리를 돕기 위해 친구인 리즈는 매일 같이 온다. 하루는, 혈압을 재더니 혈압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이대로 가면 죽을 거란 걸 알면서도 팝콘을 먹고, 멀리서 날아온 비둘기에게 친절을 베푼다. 무언가를 주기만 한 그에게 토마스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토마스는 자신을 교회 선교사로 소개하고 당신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찰리는 구원받을 수 없는 삶이라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가족을 떠났기 때문이다. 남자는 죽었고, 떠나온 이들을 되찾기에는 늦었다. 그럼에도 찰리는 노력한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딸 엘리를 불러 자신의 전재산을 줄테니 에세이를 한 편씩 써오라는 부탁을 한다. 엘리도 졸업을 하려면 점수를 잘 받아야 하니까 우선은 하겠다고 한다. 때문에 아빠 집에 자주 오면서 리즈도 만나고 토마스도 알게 된다. 하루는 아빠를 재우고, 토마스와 거의 단 둘이 있게 된 엘리. 엘리는 토마스가 다니는 교회에 전도 행위가 사라진 것을 안다. 그걸 들은 토마스는 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린다. 문을 사이에 두고 토마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진로 관련한 부모님과의 이러쿵 저러쿵) 엘리보다 더 자주 찰리의 집에 온 토마스는 리즈와의 만남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리즈는 찰리가 사랑하던 남자의 동생이었고, 토마스는 절망에 빠진 채로 이곳에 도망왔는데 찰리를 본 순간, 이 사람을 구하면 나 마저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가간 것이었다. 엘리는 찰리에게 말한다. 누가 누굴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찰리는 엘리로 살아가고 있었다. 찰리의 숨이 벅찰 때마다 읽고 있던 것은 엘리가 쓴 레포트였으니까. 리즈는 엘리에게 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집을 나가려던 엘리에게 이 레포트를 읽어보라고 한다. 자신의 레포트인 걸 알아본 엘리는 울먹인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찰리의 우직한 발걸음이 엘리에게로 향한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하고 내리쬐던 햇빛은 두 사람을 가득 메울 때, 마침내 찰리는 날아오른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두에게 친절하려 애쓰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폭력적인 찰리가 말이다. 과거의 일로 모든 게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초코바를 마구 먹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살고 싶어하는 인물이라는 게 느껴져서(비둘기에게 먹이를 준다던지, 수업 중에 켜지 않던 카메라를 켠다던지) 입체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전에 가족이 있었으니까. 그는 엘리의 레포트를 읽으며 삶(물리적 삶이든, 정신적 삶이든)을 연명하고 있었으니까.  그가 떠다니고 싶어도 꼭 매여있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리즈와 토마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서로 찰리를 내가 구할 수 있어! 구할 수 있어! 하는데 안타까우면서도 피식. 리즈는 후에 누가 누굴 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하니까. 하지만 찰리는 엘리의 레포트 덕에 살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살렸다는 말이 구했다는 말로 들렸다. 정말이니까. 

마지막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라 좋았다고 얘기하고 싶다. 찰리는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엘리는 자신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다. 리즈는 누가 누굴 구한다는, 믿지 못했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토마스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하고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환히 그들을 비추던 햇빛은 무엇으로부터 온 건지. 영화가 끝나고부터 또 다른 영화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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