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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03. 2023

불구덩이에서 도망친<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년 82번째 영화

제목: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the boy and the heron)

감독,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산토키 소마(마키 마히토), 스다 마사키(왜가리), 타키자와 카렌(와라와라), 기무라 타쿠야(마키 쇼이치), 아이묭(히미), 기무라 요시노(나츠코), 히노 쇼헤이(큰할아버지), 시바사키 코우(키리코), 오타케 시노부, 타케시타 케이코, 후부키 준, 아가와 사와코(하녀 할머니들), 쿠니무라 준(앵무새 대왕)

줄거리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의 문을 통과하는데…!


지브리 입문 약 1년 된 나에게 찾아온 (지브리 영화를 극장에서 볼)절호의 기회..! 그러나, 예상치 못한 평들에 고민고민하다 고민고민하지마 girl 되어 문 닫고 들어갔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사람 은근 많았다.

전쟁이 한창인 일본, 마히토는 아빠와 함께 엄마의 고향으로 간다. 마히토의 아빠는 아내의 동생이랑 결혼했다. 마히토 입장에서 얘기하면 마히토의 이모랑 결혼한 것이다. (검색해보니, 일본은 전쟁 중에 노동력 징발을 위한 결혼이 성행했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혼란스런 와중에 항상 꾸는 꿈이 있다. 불에 타는 엄마가 나오는 꿈. 전쟁 중에 마히토의 엄마는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그날부터 꿈꾸지 않아도 마히토는 온통 엄마였다. 구경도 할 겸 이모가 일하는 여관(?)으로 향한다. 마히토의 옆을 스치듯 날아가는 왜가리. 이상하다 싶었는데 정말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왜가리가 마히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엄마를 주제로 이야기는 시작됐다. "내가 찾던 사람이야. 엄마를 구하고 싶다면 나와 함께 해."

그러던 와중, 임신으로 앓아 누웠던 이모가 사라진다.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나섰지만 어느새 사라진 뒤다. 사정도 복잡해졌고 엄마가 보고 싶었던 마히토였기에 왜가리를 따라나서기로 한다. 왜가리를 따라간 곳은 여관 옆에 있는 성. 아무도 살지 않아 잡초가 마구 자라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공간이다. 이 성은 이모가 어렸을 적 큰할아버지가 발견했다고 한다.

마법의 문으로 새로운 공간에 오게 된 마히토. 그곳엔 많은 앵무새가 살고 있었다. 앵무새들의 눈에 띄지 않게 엄마를 찾으러 가는 마히토. 무서운 마음에 잠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엄마를 찾아야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새로운 공간에 발을 디딘다. 그러나 마히토는 지친 상태였다. 돌로 자신의 머리를 깬 상태였고, 왔다갔다하면서 체력을 다 썼기 때문. 그대로 쓰러지는데 눈을 뜨니 어떤 방의 어느 집이다. 집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 없고. 나가보니 한 소녀가 빵을 준비하고 있다. 이름은 히미. 히미의 명랑한 성격 덕에 둘은 금세 친해진다. 히미는 이모가 있는 방을 알려준다. 그들이 도착한 공간엔 이모가 누워있었고, 억지로 그를 깨워 데려가려는 순간 천장에 달려있던 종이조각 뭉치가 마히토에게 달려든다. 이모도 종이뭉치처럼 마히토를 밀어낸다. 자신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이다. 돌아가기 싫은 이유는 돌아가면 현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면 남편을 만날 것이고 마히토도 만나겠지만 언니는 없을 것이니.

한편, 히미는 큰할아버지를 찾아간다. 큰할아버지는 블록을 세우며 이 세계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나이가 들어 물려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마히토가 된 것이다. 마히토는 소신대로 용기있게 살아왔으니 자격이 된다고 본 거지. 하지만, 마히토는 그의 자리를 물려 받지 않기로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앵무 황제는 화가 났고 큰할아버지가 공들여 쌓은 블럭을 무너뜨리기까지 한다. 원래 있던 세계는 무너졌고, 마히토는 자신만의 세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마히토는 기꺼이 그러기로 하고 히미가 알려준 문으로 나간다. 그는 많은 새들과 이모 아니 현재의 엄마와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너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 거야." 왜가리의 말대로 마히토는 그곳에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브리 작품 몇 개를 합해 놓은 것 같다는 리뷰를 읽었었는데 정말 그랬다. 보고 봐서 다행이지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 나도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장면만 따라갔다. 그랬더니 크게 난해한 장면도 없고 괜찮았다.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큰할아버지가 나오는 부분. 팽팽한 균형의 블록탑이 한 순간의 발끈으로 무너지지만 그럼에도 마히토는 다시 세우려 하지 않는다. 만들어나간다. 인상적이다. 일어난 것은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가 가야할 길을 찾는다는 자세가.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인간은 늘 눈을 크게 뜨고 있었으므로.

현실로 돌아온 마히토가 기억을 못하는 걸 보면 나도 환상을 본 건가 싶다. 이 부분 센치행이 너무 그립다...환상으로 도망쳐서라도 성장하는 것이 순수 그 자체야. 하...센치행 보고 싶네...(tmi. 센치행은 나의 지브리 차애작이다.) 미야자키씨는 세상은 무너져도 당신은 눈물겨워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를 대놓고 해야합니다. (=영화를 계속 만들어라.)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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