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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03. 2023

진정<괴물>의 마음을 가진 자가 있는가

2023년 83번째 영화

제목: 괴물(monster)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가: 사카모토 유지, 출연: 쿠로카와 소야(미나토), 히이라기 히나타(요리), 안도 사쿠라(사오리), 나카무라 시도(기요타카), 나가야마 에이타(미치토시), 타카하타 미츠키(히로나), 츠노다 아키히로(교감), 다나카 유코(교장)

줄거리“우리 동네에는 괴물이 산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용기를 내 찾아간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한 날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하고. “괴물은 누구인가?” 한편 사오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데…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영화를 본 당시만 해도 개봉 전이라 짧게 평만 적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럴 수 없게 됐네. 보고싶었던 작품이라 오랜만에 시사회 한 번 응모해보자~하고 두 군데를 응모했는데 두 군데 다 되어버렸다. 한 군데는 포기했다. <괴물>을 보고싶어하던 친구가 같이 갈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세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스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1부, 사오리의 시점만 적으려 한다. 2부는 호리, 3부는 미나토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세탁소 일을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아이를 키우는 사오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하루는 머리를 자르고, 신발도 한 짝만 신고 왔다. 학교에도 안 가겠다 한다. 왜냐 물으니 선생님이 때렸단다. 아이의 말을 듣고 학교에 찾아간 학교. 침착하게 따져 묻지만 돌아오는 건 기계적인 사과 뿐이다. 그러면서도 손주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교감이 자리에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사무적인 그들의 태도를 이해하려 한다. 미나토가 선생님께 '너는 돼지 뇌를 가지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말하기 전까지. 그 길로 사오리는 학교에 다시 찾아간다. 다시 한 번 찾아간 자리엔 담임인 호리는 나오지 않았다. 분명 출장에 갔다고 했는데 나오는 길에 그를 마주친다. 내 자식은 학교도 못 가고 있는데 학교는 선생을 보호해? 사오리는 호리를 끝까지 따라가 따진다. 

그러나 사오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같은 반 '요리'라는 아이를 미나토가 괴롭힌다고. (후에 나오지만 둘이 싸우고, 요리가 화장실에 갇히는 장면도 나온다.) 우리 애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미나토는 요리를 찾아간다. 사오리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투로 요리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미나토는 아직 감기에요?" 아이는 얼른 나으라는 편지를 써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글자들이 뒤집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글씨를 똑바로 써야 한다고 잡아주는 사오리.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제 보니 요리의 팔에는 화상 흉터도 있다. 뭘 하다 데었다고 하는데 걱정된다. 아무쪼록 자신이 생각한 건 아니었으니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다. 

얼마가 흘러, 사오리는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퇴근한다. 진작 와 있을 미나토는 없다.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니 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한 친구가 어디서 미나토를 봤다고 알려준다. 그곳으로 가니 미나토의 자전거가 쓰러져 있다. 얘가 어딨다는 거야...외진 곳으로 점점 들어가는 사오리. 얼마 정도 더 가니 목소리 하나가 들린다. "미나토? 미나토!" '누가 괴물인가'를 웅얼웅얼거리는 미나토. 미나토를 발견한 사오리는 달려가 안아준다. 집으로 가는 길, 미나토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귀는 또 누가 다치게 했는지 속상하다. 그때, 미나토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린다. 


같은 상황을 세 사람이 달리 보는 점이 재밌었다. 사오리의 시선을 중심으로 적었으니 이야기하자면, 사오리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 간다. 가족이라곤 얘 뿐인데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을 이런 식으로 대우해?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사오리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본 것 일 뿐, 정확하지 않다. 너무너무 말하고픈 것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스포를 안 봐야 더 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영화가 지루할 수도 재밌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를 넘어 만족스러웠다. 보면서 눈물날 것 같던 부분도 꽤 있었다. 우리는 피해자가 된 사실을 빠르게 알아채지만, 가해자가 된 사실을 알아차리기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은은히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본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려 <괴물>을 썼다고 했다. 너무 잘 씀. 고레에다는 이번에도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한다. 정상성에 금을 가게 하는 작품이야말로 시대에 필요한 작품. 작품이 계속 나오기 위해선 고레에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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