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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03. 2023

같은 꿈을 꾼<너와 나>, 사랑해 사랑해

2023년 84번째 영화

제목: 너와 나(the dream songs)

감독: 조현철, 작가: 정미영, 조현철, 출연: 박혜수(세미), 김시은(하은)

줄거리“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현철씨가 연출을 맡은 <너와 나>가 나왔다. 독립영화라 주변에서, 한창일 때 보기는 어려웠고 독립극장에서 보았다. 특전 포스터 다 떨어졌대서 슬픈 인간...평일 조조라 대관해서 봤다. 아유 편해~

학교에서 낮잠을 자던 세미가 갑자기 깬다. 정신이 멍하다. 이상한 꿈을 꾸었는지 하은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 그 길로 하은을 찾아간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다친 하은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우리 수학여행 같이 가면 안돼?" 아픈 하은을 앞에 둔 세미는 슬쩍 말해본다. 이 몸으로 어딜 어떻게 같이 가자는 건지. 병원비로 돈이 많이 나갔던 하은은 부담스럽다. 자신도 너무너무 함께 가고 싶지만 말이다. 게다가 수학여행 하루 전이고. 수학여행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하던 둘은 하은이 오래 쓰지 않은 캠코더를 팔겠다고 한다. 캠코더를 가지고 있었냐고 물으니 예전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한다. 그 말에 심장이 쿵. 세미는 하은을 좋아한다. 아주 많이. 그 애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벌과 같다. 어찌 됐든 중고 장터에 올리니 연락이 오더라. 닉네임 '똘이아범'. 세미가 보기에는 이상하지 않은데 하은이는 자꾸만 이상하다, 수상하다 한다. 세미는 아까는 가고 싶다더니 왜 말을 바꾸냐고 따진다. 하은은 나도 가고 싶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기인 것 같기도 하고...말을 줄인다. 화가 나 밖으로 나온 세미를 향해 하은은 말한다. 이번엔 어렵겠다고, 다음에 같이 가자고.

아! 세미는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하은과 다툰 마음을 뒤로 한 채 돌아가는 길은 무겁다. 친구들이랑 설빙을 먹고 노래방을 가도 그대로다. 노래방 제주 바다엔 자신과 하은만이 있다. 빅마마의 <체념>을 부르고 나오는 길, 세미는 눈물이 터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미는 하은에게 연락을 넣는다. 세미는 모든 게 망가진 지금이 화나 죽겠는데 다애라는 하은의 짱친까지 끼어드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하냐면 계정을 공유할 정도. 그 일로 싸우지만 협력하는 계기가 된다. 메세지를 보며 '똘이아범'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저녁에는 마침 캠코더 거래가 예정되어 있었고, 친구들은 약속 장소인 안산역으로 나간다. 똘이아범에게 이런 저런 사정을 듣게 된 세미는 마음이 놓이면서 화가 난다. 너가 왜 우리 하은이를 불편하게 해? 그러면서 세미도 다애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데, 그걸 들은 다애는 세미에게 너는 지금 하은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친구면서 그런 것도 이해 못해주냐며 속상해한다. 하은은 지금 다리가 부러진 것도 모자라 강아지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상태다. 

내 생각만 했다는 속상함과 함께 학교로 돌아오는 세미. 교실에 들어와 엎드려있는데 멍멍 소리가 들린다. 창문으로 보니 낮에 하은과 만난 똘똘이다. 나가려는데 하은과 마주친 세미. 연락을 받지 않은 이유를 묻자 배터리가 없었다고 한다. 궁금한 게 많은 세미지만 지금은 오직 한 가지 생각 뿐이다. 세미의 사정을 모르지만 일단은 따라가는 하은. 이내 똘똘이의 주인을 찾아준 둘. 모든 상황이 끝나고 세미는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하은도 어색하지만 너의 마음이 나와 같다고 말해준다. 둘은 다음에 꼭 수학여행에 함께 가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온 세미는 저녁을 먹으며 가족들과 하하호호 대화를 나눈다. 내일 있을 수학여행에 들뜬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씻고 방으로 돌아온 세미. 그걸 못 참고 들어온 아빠는 얼른 자라고 잔소리를 한다 ㅋㅋ 아빠가 나가고 세미는 앵무새 조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한 번 두 번, 열 댓 번.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사랑해가 퍼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수학여행이 소재이고, 배경은 안산이고,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부푼 마음의 아이들을 찬찬히 짚어주는 이 영화. 중간에 뉴스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알았을 것이다. '다들 신나게 놀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다 당시를 더듬어보았다.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에 안도했는데 거짓말이었지. 진실은 어디에도 없고 가라앉은 바다만이 알 뿐이다. 민감한 소재일 수 있는데 자극적이지 않게 다 조현철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두 주인공들도 현실 고등학생들처럼 연기해서 재밌었고. 세미가 조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생각할 수록 쓰리다.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문자 메세지처럼. 두고 두고 생각날 영화다. 내 빛바랜 순간에도 네가 있었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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