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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07. 2023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년 88번째 영화

제목: 콘크리트 유토피아(concrete utopia)

감독: 엄태화, 작가: 이신지, 엄태화, 출연: 이병헌(영탁), 박서준(민성), 박보영(명화), 김선영(금애), 김도윤(도균), 박지후(혜원)

줄거리“아파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영화 메이트 언니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원작 웹툰도 보고 있는데 수위가 높아서 각오하고 보셔야 함다...재난 상황과 블랙 코미디....내가 너무 좋아하는 인간 까는 영화 아니냐며....안 볼 수 없지 벼르고 벼르다 재생했다.

평온하던 오후, 대지진이 서울을 덮쳤다. 눈을 떠보니 밖은 쑥대밭이다....그런데 내가 사는 '황궁 아파트'만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다. 이 때문에 외부인들이 아파트로 오곤 하는데 입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주민 투표를 통해 '외부인을 내쫓자'는 결론이 난다. 결과에 맞게 입주민을 받아줘서는 안되는데 명화는 외부인(애기, 애기엄마)을 받아준다. 민성이는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명화의 선택이니 받아주기로 한다. 하지만 음식을 먹거나 우리끼리 무언가를 누릴 때면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음 날 아침, 복도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입주민이 칼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다. 집 안에서는 연기가 난다.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나타나 불을 끈다. 그의 이름은 '영탁'. 입주민을 구해준 덕에 그는 영웅으로 추앙 받는다. 내친김에 방범대장도 맡게 된 그. 아파트에 사는 남자들과 무리를 이루어 '사냥'에 나가게 된다. '사냥'이라 함은 우리를 건드리는 외부인들을 죽이고, 약탈하는...재난 상황이라도 절대 옳은 일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동참한다. 명화의 남편 민성도 말이다. 명화는 민성이 무리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황궁 아파트엔 새로운 손님이 온다. 이름은 '혜원'. 원래 입주민이었는데 거리가 되는 곳에서 지진을 맞은 터라 오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달갑지는 않지만 입주민이라 하니 받아들인다. 혜원이 온 날은 마침 연말이라 환영 파티 겸 새해 맞이 파티를 한다.

영탁은 마음이 편치 않다. 새로 들어온 혜원이 자신을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영탁도 외부인이다. 사기친 놈에게 돈을 받으러 왔다 지진이 터져 나가지 못했던 것. 이득으로 이 아파트만 무너지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영탁은 혜원을 찾아가 자신을 봤다고 말하라고 반협박을 한다. 일단 혜원은 알 것 같다고 대답을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영탁은 어느 때와 같이 사냥을 나간다. 잔해도 많고 언제 어디서 습격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했어야 했는데 무방비 공격을 당한다.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 순식간에 다친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우선은 업고 오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목숨을 잃는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 중 부녀회장의 아들도 있었는데, 그 일로 부녀회장은 그를 믿지 못하게 된다. 영탁은 더욱 당당히 내 말에 따르라며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그때 나타난 명화. "이제 그만 하시죠." 지갑 하나를 툭 던진다. 주민등록증엔 김영탁이라는 이름은 써 있는데 사진은 아니다. 배신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영탁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를 가장 믿고 따랐던 민성은 총까지 겨눈다. 직감적으로 혜원이 그랬다는 것을 안 영탁은 혜원을 잔해로 밀어 죽여버린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늦은 밤, 명화와 민성은 몰래 탈출한다. 어느 성당에서 잠을 자게 되는데 심하게 다친 민성은 눈꺼풀을 다시 떼지 못한다. 명화는 사람들에게 발견 돼 다른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리뷰 중에 명화 캐릭터가 발암이다라는 말이 많았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재난 상황에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선이 이긴다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도균 또한 마찬가지. 나는 명화 아니면 도균처럼 행동했을 것 같은데...또 말이 쉽지 현실이면 고민하겠지 뭐...아무쪼록 발암은 아니다. 이런 사람도 있다며 보여준 여러 인간 군상들 중 하나일 뿐. 외부인이지만 내부인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영탁도, 신념이 잘못됐음을 알고 좌절하는 민성도 재밌었다. 입체적이라 지루할 틈이 없었음. 갑자기 생각났는데 민성 캐릭 웃겼던 거...ㅋㅋㅋㅋㅋㅋ 입주민이랑 외부인이랑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정작 외부인 오니 문 걸려고 함 ㅋㅋㅋㅋㅋㅋ 아주 입체적임..부녀회장 캐릭 웃김...책임전가하는 술수가 장난 아니다. 선영 배우님 얌생이 캐릭 너무 잘하세요 ㅋㅋㅋㅋ

사람들이 이병헌의 '아파트' 영상을 좋아하던데 그것만 똑 떼서 봤을 땐 왜 좋아하나 싶었는데 소시민 연기도 잘하는 그는....특히 그의 표정이나 몸짓에서 고뇌하는 게 다 보인다. 이 사람 매번 느끼지만 연기 천재 그 이상이다.

사람은 극한에 몰리면 본능을 드러낸다. 그에 딱 걸맞는 배경이 재난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상한대로 다양한 군상이 나온다. 사실 다양한 건 겉모습 만이 아닐까 싶고 명화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 이라 칭하는 게 맞겠지.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다. 동시에 오락성도 갖췄고. 이런 류의 사회비판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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