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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08. 2023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왕의 남자>

2023년 92번째 영화

제목: 왕의 남자(king and the clown)

감독: 이준익, 작가: 최석환, 출연: 감우성(광대, 장생), 정진영(왕, 연산), 강성연(장녹수), 이준기(광대, 공길)

줄거리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 분)은 힘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분)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정진영 분)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 분)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바로 그 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앙칼진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喜樂園)을 마련해 준다.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신바람이 나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왕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중신들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감지한 왕이 중신 중 한 명을 웃지 않는다며 탐관오리라는 명목으로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엔 긴장감이 감돈다.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자, 흥을 잃은 장생은 궁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공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겠다고 한다. 그 사이 왕에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를 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왕의 관심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휩싸인 녹수 역시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최근 커뮤니티 게시물을 보고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흥 없는 작품으로 남아 있어 다시 틀기가 어려웠는데 게시물을 보니 그래도 봐야지 싶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광대인 장생과 공길은 이 판 저 판을 돌며 익살스런 극을 선보이는 중이다. 공길에게 반한 양반들이 집적대는데 공길은 신분과 돈 때문에 뭐라 하지 못한다. 그 꼴을 못 보는 장생은 공길의 손을 잡아 끌고 나간다. 그냥 두고 볼 리 없는 양반들은 그들을 쫓는다. 이러한 대우에 견딜 수 없었던 장생은 공길에게 한양에 가 큰 판에서 놀아보자고 한다. 그렇게 한양에 도착한 둘. 이미 자리를 차지한 광대가 있긴 했지만 장생과 공길이 뒤흔들어 버린다. 이 날 이후, 두 광대 패는 함께 다니기로 한다. 장생과 공길은 연산과 장녹수를 풍자하는 극을 선보이며 백성들의 환호를 얻는다. 하루는 멀리서 극을 누군가가 주의깊게 지켜본다. 내시였는데, 아무래도 왕실을 비판하고 있으니 보기 좋지 않았을 터. 곤장을 맞던 중, 장생이 제안 하나를 한다. "왕님 앞에서 놀이판을 벌여 왕님을 웃게 하겠나이다." 왕이 웃지 않으면 목숨을 바친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연습을 하고 갔지만 나랏님 앞이니 떨릴 수밖에 없고 왕도 웃지 않는다. 그때, 공길이 임기응변을 발휘해 극을 이어나가고 연산을 웃기기에 성공한다. 공연에 흡족한 연산은 이들을 위한 '희락원'을 마련해준다. 왕한테는 만족 그 자체지만 신하들에겐 거슬릴 뿐이다. 광대는 천한 직업이고 왕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광대들은 궁을 나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때 내시님 왈 "충신들을 웃기는 극은 왜 못하는가." 그 말에 옳다구나 한 장생은 다음 날, 광대들과 충신(인 척 하는 탐관오리)들을 한껏 비판하는 극을 선보인다. 왕은 즐거워하지만 신하들은 손을 벌벌벌....연산은 그 자리에서 신하 하나를 파직한다.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니 이번에는 정말 궁을 나가야 겠다고 생각한 광대들. 그때 내시가 나타나 이런 내용으로 극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내용을 보아하니 연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 사건이다. 이것만 하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지만 그 날 밤, 궁에 피바다가 분다. 극을 보던 연산이 슬퍼하다 어머니의 죽음을 도모한 이들을 차례차례 죽여버린다. 연회가 끝나고 연산은 공길을 부른다. 사실, 연산은 이전부터 공길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녹수가 놀자고 해도 다 싫고 오직 공길, 공길, 공길. 자신의 슬픔을 처음 보여준 이이기도 하다. 공길은 사람을 죽인 이 날도 충격이었지만, 장생이 눈을 잃은 날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공길에게 질투가 난 녹수는 계략을 꾸며 그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계략에 속아준 건 장생. 벌로 눈을 잃는다. 공길은 장생을 보러 옥에 갔다 장생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형극을 보여주는 공길. 괴로운 나머지 손목을 그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공길의 마음을 깨달은 연산은 녹수에게로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 장님이 된 장생은 오직 부채에 중심을 맡겨 줄을 탄다. 연산은 너무 괘씸한 나머지 그가 타는 줄에 활을 쏜다. 다행히 빗나가지만 줄은 끊어진다. 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공길은 함께 줄을 탄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둘은 하늘로 힘껏 날아오른다. 

광대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방해하는 사람 없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어느 길을 걷고 있다. 두둥둥~흥겨운 소리들이 들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바보다. 왜...왜...이렇게 늦게 본 거야...여운이 너무 너무 심해서 포스터만 봐도 눈물날 것 같다.

전에 볼 땐 얘가 얘를 좋아하는 구나~아 얘는 얘를 좋아하네~끝! 이 다였는데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는 지가 보여서 찌통이 사그라들지가 않는다. 동성애 코드가 있는 걸 알고 봐서 장생이랑 연산이 공길이 좋아하는 건 알았는데 공길이 마음은 몰랐었다. 오늘 보니 알겠네. 공길이랑 같은 마음이었어. 중간에 살짝 헷갈렸는데 연민에서 나온 어루만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죽음을 불사하는 게 사랑인지, 나의 깊은 슬픔을 터놓는 게 사랑인지 계속 생각했다.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니 어떤 쪽도 다 사랑이지. 줄타기 엔딩은 미쳤다. 둘 다 줄줄 우는데 나도 줄줄 울고 있음....해피였으면 덧나냐고요 연산아....아무튼...러브액츄얼리도 그렇고 나이를 먹으면 다르게 다가오는 영화들이 있구나 싶다. 왕의 남자 재개봉 소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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