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Dec 12. 2023

올해의 영화

2023

매년 베스트 작품 네 가지를 뽑는데 올해는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더듬어보니 네 작품 모두 n차 관람했네. 끝까지 올라왔다 떨어진 두 작품 마저도 그렇네. 그러니 적게는 두 번 이상 씩 봤겠지 싶다. 나는 알지 못하는 세상과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인가보다. 


1. 에에올: 돌잔치를 못 가 헛헛한 마음....에에올을 본 뒤로 돌은 나의 행복 오브제가 되었다. 초중반부엔 살짝 졸기도 했는데 에블린이 조부투파키 구하러 가는 후반부에서부터는 정신을 단디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렁그렁해있었는데 돌끼리 부딪히는 순간, 눈물도 톡 터졌다. 돌이 다른 돌을 구하는 장면이군~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딸인 이상 그건 사랑이라고 밖에 말 못하겠다. '어떤 것도, 어디에서도, 즉시'라는 제목에 걸맞는 '엄마'.

이 영화의 좋은 점은 모성애를 이야기하면서 에블린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엄마들도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주체성을 가졌다는 것을 세상은 종종 잊는다. 에에올이 그것을 상기해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2. 엘리멘탈: 디즈니&픽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영화. 해외 반응이 좋지 않은 탓에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너무 좋잖아! 단순한 플롯인데 우리나라 정서와 맞다. 진로로 다툰 적이 있는 부모 자식 사이라면 공감하며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과 물, 서로 다른 원소끼리 끌린다는 설정도 신선했다. 스틸 더 쇼 장면들이랑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려주는(파르르~) 장면을 사랑한다. 특별관 관람이랑 더빙으로도 봤어야 했는데 재개봉 존버합니다.


3. 괴물: 하반기 관람 영화 중 최고. 같이 본 사람들도 여운에 허우적 허우적...재밌는 건 앓는 양상이 다르다는 건데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뿌듯하다. '괴물'이라는 제목과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하는 문구 때문에 스릴러로 생각하시고 보는 분들이 계시다 들었다. 그런 영화 전혀 아니지만, 최대한 스포 안 보고 보는 것이 좋다. 1,2부에 갸우뚱하던 것들이 3부에 가 아! 하는 해답을 주면 비로소 눈물이 흐른다.


4. 왕의 남자: 최근에 다시 보고 허우적 허우적....괴물이랑 동시에 생각하면서 슬픔이 배가 되어버렸다. 괴물은 열린 결말이라(해피엔딩에 가까운) 땅땅 박아놔서 괜찮지만 왕의 남자는 저승길이잖아요...!!! 이준익 감독님 나빴어. 공길아 네 마음 왜 이리 늦게 알았어...마음 다 알아버린 연산도 바라보기만 하고...장생이는 죽는 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 다행이다...감정묘사가 섬세한 작품이라 좋았다.


+) 번외: 나 이 작품도 좋아해요!

더 아껴주고 싶은 두 작품도 가져왔다. 위에 말한 것처럼 n차 한 작품들이다.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재밌게 보고 왔다는 삼촌의 평이 고민하던 내 맴을 콕 쑤셔 버렸다. 슬램덩크의 ㅅ도 모르는데...농구의 ㄴ도 모르는데....스케치 시퀀스부터 가슴이 두두둑거렸다. 라떼 만화도 아닌데 울 뻔 함. 보고 나오면서 2차 예매 갈김. 슬램덩크, 농구 몰라도 상관 없었다. 성장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재밌을 영화. 이번에 아맥으로 재개봉하던데 가슴이 뻐렁찬다. 묵직하게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텐피트 노래도! 뚫어! 송태섭!(내가 뽑은 최고의 명장면)


2. 바비: 어쩌다 보니 개봉 당일 보았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랄까. 켄이 사회에 나가 가부장제와 마초를 배워온 것부터 웃음 포인트(웃안웃) 페미니즘과 함께 전 인류를 향한 (보편적) 사랑을 듬뿍듬뿍 담은 영화라 따뜻했다. 그레타 거윅 특유의 유머에 피식피식하기도 했고. 암저슷켄 골든글로브 오스카 후보에 올랐던데 상 받고 무대 보여주세요. 옷은 그 때 복장이랑 같아야 합니다.(진지) 마고 언니.....할리퀸 때부터 튀는 패션이 정말 잘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찐이군요. 좌절했지만 다시 일어나줘서 고마워요, 언니! 힘이 됐어, 정말. 여성은 뭐든 할 수 있어, 모두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서로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공동경비구역 JS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