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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13. 2023

저 행성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지구를 지켜라!>

2023년 94번째 영화

제목: 지구를 지켜라!(save the green planet!)

감독, 작가: 장준환, 출연: 신하균(병구), 백윤식(강사장), 황정민(순이), 이재용(추 형사), 이주현( 김 형사)

줄거리병구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다.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는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병구는 분명히 외계인이라고 믿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해 왕자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 한편, 경찰청장의 사위인 강만식의 납치 사건으로 인해 경찰내부는 긴장감이 감돌고 지금은 뇌물비리 사건으로 물러나 있지만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명형사인 추형사는 병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집까지 추적해 온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강사장은 기상천외한 고문을 견딜 수 없게 되자 급기야 병구가 수집해놓은 외계인 자료를 훔쳐보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이제 승리는 누가 상대방을 잘 속여 넘기는가에 달려있다. 외계인의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와 외계인(으로 추궁 당하는) 강사장의 목숨을 건 진실 대결.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병구는 개기월식이 끝나기 전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제목을 들었을 땐 코미디인가 싶었는데 연령을 보니 청소년 관람불가. 줄거리를 보니 이게? 싶었다. 수위가 많이 높으려나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그건 아니란다. 아무래도 직접 봐야겠다 싶었다. (줏대좌 마인드)

병구는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야 한다. 시간은 개기월식이 끝나기 전까지! 우선, 병구는 유제화학 사장 만식을 납치한다. 그가 안드로메다와 지구를 이어줄 유일한 지구상의 외계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안테나 역할을 하는 머리카락을 모두 밀고 옷을 벗긴 다음 살이 다 까지도록 발목을 민다. 그 위에 물파스를 발라야 전파 신호가 약해진단다. (발목, 눈, 성기가 물파스를 바르면 전파 신호가 약해지는 부위라고 했다.) 기절한 그를 두고 보는 병구와 순이. 병구는 외계인은 고통을 참는 것이 오래 간다면서 전기 충격을 가하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는 본드를 넓게 바른 쇠를 성기에 넣으려 하지만 만식을 고정해둔 의자의 나사가 헐거워지면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만식은 탈출할 방법을 물색한다.

한편, 대기업의 사장이 사라졌으니 떠들썩한 분위기다. 사건에 관심있던 추 형사에게 다가가는 김 형사.(추 형사는 김 형사의 롤모델이다.) 수사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로 한다. 추 형사는 김 형사에게 미해결 실종 사건 관련 기록을 넘긴다. 촉 좋은 추 형사 말에 의하면 이 많은 실종 사건은 한 사람이 벌인 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만식의 신용카드 출금 기록이 확인된다. 경찰은 겨우 400만원 때문에 대기업 사장을 납치한 것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때 찍힌 cctv를 토대로 병구를 용의자로 잡는다. 소식을 전해 들은 추 형사는 병구를 찾아가기로 한다. 병구의 집에 도착한 추 형사는 노련하게 집 이곳 저곳을 살피며 범죄의 단서를 찾는다. 찾지 못한 채로 잠이 들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 지하실로 내려간다. 병구는 아까 말한 것처럼 마네킹을 만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선 추 형사. 김 형사에게 전화해 병구가 있는 곳을 알린다. 안타깝게도 병구가 그 전화를 듣게 되고 추 형사의 얼굴에 꿀을 뿌려 벌들이 달려들게 한다. 벌들을 피하던 추 형사는 절벽으로 떨어진다.

만식은 병구가 외출하는 동안 집안을 뒤져 병구의 일기장들과 책을 읽는다. 병구는 가정폭력을 당했고, 엄마가 매맞는 것을 볼 수 없어 장난감 우산을 그놈 대가리에 꽂아버렸다. 학창시절엔 왕따, 담임에 의해 수치심이 드는 폭행까지 당했다. 홧김에 병구는 살인을 저질렀고 소년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하지만 나와서도 불행은 계속 되었다. 유제화학의 직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며 운동을 하였는데 그 일로 애인이 세상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도 약품에 중독이 되어 오 년 째 혼수상태이다. 병구는 할 수 있는 게 안드로메다 왕자를 찾아 지구를 지키는 것밖에 없었다. 만식이 엄마를 살릴 수 있다며 해독제를 알려주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엄마까지 잃은 병구는 만식에게 따진다. "내가 이렇게 될 동안 세상은 뭘 했는데?" 만식은 이제라도 안드로메다 왕자를 찾아주겠다며 자신을 연구소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한다. 컴퓨터로 찾고는 있지만 그런 것 따위 상관없다. 그때, 집을 나갔던 순이가 돌아와 병구를 도와준다. 사실 만식은 컴퓨터로 기계를 조작중이었고, 그 기계는 곧 순이의 목을 조른다. 연구소에 도착한 김 형사는 병구를 쏜다. (김 형사도 조사하면서 병구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나 이제 엄마 곁으로 갈 수 있어...그런데 내가 없으면 지구는 누가 지키지..?"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 만식은 실제 외계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문을 외우니 ufo가 나타나 만식을 데려갔고, 머리카락이 없어 통신이 안됐다고 했다. 지구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나 결과가 어긋나면서 중단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만식은 이렇게 말한다. "저 행성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B급 영화가 잘 안 맞는 인간인데 이건 좋았다. 블랙코미디 장르라 그런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만식이 외계인인 거 보고 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까지 본 건 뭐지....싶긴 했다. 컴퓨터로 안드로메다랑 통신하는 줄 알았는데 기계 조종하는 거 보고...사실 그 전부터 의심 따위 안하고 있었는데 이리 재밌는 반전이 있을 줄이야~

초반에는 병구가 돌아이로 보였는데 병구 사연을 들으니 안타까웠다. 병구가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동시에 시련이 많았어도 그렇지 고문을 해도 되는 걸까 싶고...유제 화학은 병구가 사랑하는 인간들을 죽인 회사니 죽어 마땅한가 싶기도 하고. 병구가 경찰 너희들도 같은 부류라고, 내가 미쳐버릴 동안 뭐 했냐고 묻는데 띠용했다. 나는 사회 비판만 했지 개인을 돌본 적이 있었나 하고. 우리가 봐야할 건 숲 뿐 아니라 나무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거 보고 느낀 건데 나는 2000년 대 초반의 신하균을 사랑한다. 작품마다 다 다른 처연미와 소년미를 자랑하는 하균신...♡거기다 연기를 너무 잘하니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의 주름들을 좋아한다. 아마 그가 쌓아올린 시간을 사랑하는 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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