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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14. 2023

아프다, 보고십다...<집으로...>

2023년 96번째 영화

제목: 집으로(the way home)

감독, 작가: 이정향, 출연: 김을분(할머니), 유승호(상우), 동효희(엄마)

줄거리도시에 사는 7살 개구쟁이 ‘상우’가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집에 머물게 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와의 시골살이… ‘상우’ 인생 최초의 시련은 과연 최고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뭘 볼까 하다 눈에 딱 들어온 영화. 유승호 나오는 영화는 <마음이>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게다가 이 영화는 <마음이>보다 훨씬 이전 작품이다. 애기 유승호는 얼마나 연기를 잘하나 볼까~

이혼으로 가세가 기울자 잠시 동안 외할머니 댁에 맡겨지게 된 상우. 어린 상우에게 시끌벅적한 버스 안이나 울퉁불퉁 흙길이나 다 고역이다. 할머니는 말을 못하는 귀머거리다.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우는 할머니를 흘기며 욕을 툭툭 뱉는다. 듣지 못하는 분이라도 분위기로 다 알겠지. 할머니는 천천히 시골길을 걸어간다. 집에 도착한 상우는 게임만 한다. 뾱뾱. 할머니가 옆에 있어도 신경 하나 쓰지 않는다. 얼마 가지 않아 게임기의 배터리가 닳아 사야 하는데 돈이 없다. 할머니도 돈이 없다. 곰곰이 생각하던 상우는 주무시는, 할머니의 머리에 꽂힌, 비녀를 가지고 달아난다. 하지만 읍내까지 가는 길은 복잡했고 기껏 찾은 배터리는 찾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어떤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상우. 성이 잔뜩 나 누워 있는데 벌레 한 마리가 기어간다. "벌레 죽여!" 벌레에 기겁하는 상우와 달리 할머니에겐 일상. 맨손으로 집어 밖으로 던진다. 그런데 할머니의 발을 보니, 상우가 가장 아끼는 로봇 엽서를 밟고 있다. "으! 더러워!"

할머니는 상우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 먹고싶은 것을 묻는다. 상우는 피자, 햄버거, 켄터키 치킨을 이야기한다. 할머니는 치킨이 닭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닭을 잡아오신다. 푹 고아 삼계탕을 만들어주시는데 이건 치킨이 아니라며 징징대는 상우. 잠이 들었다 배고파서 깨는데 그때부터 삼계탕 폭식^^너무 잘 먹는다. 아침 먹을 시간이 됐는데도 할머니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펄펄. 비를 맞아가며 닭을 사왔기 때문이다. 상우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이불을 덮어주고 겉옷으로 발끝까지 덮어준다.

상우는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다. 동네에 또래라고는 둘 뿐이었는데 여자아이 혜연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상우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철이다. 내가 예상하기에 철이는 혜연이 친오빠였던 거 같은데...그걸 모르고 상우는 질투가 나 소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뛰라 하질 않나 혜연에게 멋진 남자로 보이고파 할머니 짐도 들어주지도 않고...때문에 할머니가 늦게 집에 돌아오시는데 상우는 왜 이제 왔냐고 울먹이며 묻는다. 미안한 마음에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는 상우. 내일 먹으려 아껴둔 초코파이를 소매넣기 한다. 

할머니와 이제 잘 지내기 시작했는데 엄마에게 편지가 도착했다. 상우를 데리러 오겠다는 편지. 상우는 떠나기 전 할머니에게 한글을 알려준다. '아프다', '보고십다'. 할머니 한글 못 쓰니까 아프다, 보고십다만 써서 보내면 상우가 얼른 달려오겠다고 한다. 그 말을 하고 우는 상우. 상우의 마음을 헤아리고 우는 할머니. 며칠 후 상우는 서울로 올라간다. 할머니가 밟았던 엽서를 할머니에게 선물로 주고 말이다.


슬프다는 것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더 시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차가운 아침에 뜨끈한 영화, 참 좋다.

시골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외할머니와 붙어 살았던 터라 추억이 많다. 돈까스 빵가루 입히고, 삼시세끼도 같이 먹고, 발 치고 잠도 자고 그랬는데...중간에 외할머니 속을 많이 썩여서 죄송하다. 그게 생각이 나서 슬프네. 할머니 살아계시는 동안 잘 해야지. 있을 때 잘해야 후회도 덜하다. 

유승호....애기였을 때부터 천상 배우였구나. 잘한 짓도 많았지만 할머니께 막 대할 때 한 대 쥐어 박고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니 귀가 안 들리신다고 병신이라뇨...그래도 나중에 할머니 보고싶다고 한 거 참 좋았다. 애기가 한 뼘 더 성장한 느낌. 순수한 가족 영화 오랜만이었는데 오랜만이어도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좋은 마음으로 몇 번이고 꺼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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