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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19. 2021

오학년 때의 나를 여행하다, <추억은 방울방울>

2021년 42번째 영화

제목: 추억은 방울방울(memories of teardrops)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출연: 야나기바 토시로(토시오), 혼나 요코(어린 타에코), 이마이 미키(타에코)

줄거리: 다카하타 이사오의 대표작으로, 오카모토 호타루와 도네 유코의 만화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오피스 레이디인 타에코는 야마가타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귀농 청년 도시오를 만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여름 휴가가 끝난 후, 도쿄로 돌아가던 타에코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


인스타에서 캡처된 걸 봤었는데 또랑한 하늘, 초록초록한 들판이 딱 내 스타일의 그림이었다. 어쩐지 제목도 아련한 것 같다. 봐야지 봐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김에 감상하게 되었다. (별천지 넷플릭스 사랑해요!♥) 역시 제목대로 순수하고 아련한 추억을 다룬 영화였다. 아, 그리고 이 영화는 5학년 때의 타에코 이야기와 성인 타에코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그래서 리뷰도 두 시절의 이야기를 번갈아 쓰려고 한다. 혹시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길 바란다.

27살의 직장인 타에코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농촌 체험을 하러 야마가타로 떠난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타에코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다른 반에 야구를 끝장나게 잘했던 아이가 타에코를 좋아했고, 타에코도 그 아이를 좋아했고,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고, 처음 '생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것만 보면 아무 문제 없는 타에코이지만 집에서는 타에코를 특이한 인물 취급하고 있다. 수학을 언니들보다 못했고, 가족들이 안 먹는 파인애플을 다 먹어 치웠으므로. 덧붙이면, 타에코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신발을 신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타에코의 뺨을 때렸고, 연극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도 반대했다. 이 때문에 타에코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연극 동아리에 들었지만 자신의 적성이 아니라서 접었다고 한다.

자신의 5학년 때를 생각하며 야마가타에 도착한 타에코는 농촌 체험을 즐긴다. 농촌 생활은 온통 새롭고 재밌기만 하다. 농촌에서 살고 싶어질 때 즈음, 체험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타에코는 묵고 있는 할머니 댁의 할머니에게서 폭탄 부탁을 받게 된다. 자신의 손자인 토시오와 결혼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여기서, 토시오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토시오는 타에코를 도우며 함께 농촌 생활을 해나가던 당찬 청년이다. 비슷한 나이대이다보니 함께 있는 순간이 많다.) 그 순간, 타에코는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시골의 이미지는 환상이었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생각지 못한 자신의 태도를 후회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골목을 걷고 있을 때, 차를 몰던 토시오가 타에코를 발견한다. 차에 탄 타에코는 '아베'라는 남자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베는 타에코가 10살 때 즈음 전학 온 아이인데 타에코에게만 센 척을 하고 못되게 굴었다. 그런 아베를 타에코는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그 아이를 싫어한 일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토시오는 아베에 대해 자기가 느낀 바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듣던 타에코는 토시오와 농촌에서 함께 사는 모습을 상상한다.


다음 날, 타에코는 농촌을 떠나는 기차를 탄다. 할머니의 '그 일'을 잘 생각해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기차에 탄 타에코는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다음 역에서 내린다. 그때, 예쁜 추억들이 타에코를 따라 우르르 내린다. 마중 나온 토시오와 만난 타에코는 웃으며 토시오와 함께 걷는다. 엄청나게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도 함께 웃으면서 말이다.


나는 5학년 때의 추억이 그렇게 좋질 못하다. 그래서 타에코의 어린 시절을 보며 조금이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부끄럽고 바보 같았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추억이 되어있는 자그마한 일들. 그런 자그마한 일들은 힘이 있다. 현재의 나도 흔들 수 있는 강한 힘이. 토시오와 잘 되는 결말은 급작스러웠지만 영화를 보면서 왠지 토시오와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다. 어떻게 됐는 지 정확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해피엔딩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제일제일 별로였던 타에코 가족들! 아니 다들! 왜 그래요! 타에코가 있는데도 타에코 흉을 보지 않나 거기다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어이없는 태도 무엇...아버지의 태도도 이상하다. 신발을 안 신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뺨을 그렇게 때리시는 분은 처음이다. 타에코 가족들만 빼면 정말정말 귀엽고 이쁜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굴곡없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드니까. 아니면 여성 영화를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너무너무 이쁜 영화였다. 밤에 봤는데 아련하고 내가 다 기분이 좋다. 나도 저런 순수한 시절이 있었겠지 생각하게 했다. 제목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샘솟는 영화! 완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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