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Feb 27. 2024

<로기완을 만났다>

2024년 1번째 책

[이 리뷰는 창비의 도서 협찬을 받아 쓰여졌습니다]

제목: 로기완을 만났다

작가:조해진

줄거리: 넷플릭스 화제의 영화 「로기완」 원작소설

신동엽문학상 수상작, KBS 선정 ‘우리 시대의 소설 50’

조해진이라는 굳건한 토대를 완성한 우리 문학의 찬란한 한걸음

타인의 아픔에 대한 가장 진정성 있는 고민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낸 공감과 연대, 치유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에 마음 아파해본 적 있다. 아파하다 뒤돌아보면 더 마음 아픈 일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서 멈췄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속으로 '안타깝다'는 말만 되뇌인다. 이러한 대상이 주변 사람이라면 그것은 더욱 심해진다. 한 사람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느끼는 강도의 고통을 체감하려 애쓴다. 결국엔, 그가 될 수 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자각하지만.


'나' 또한 그렇다. 모금 프로그램 메인 작가로 일하던 나는 '윤주'라는 아이를 만나고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몰아침을 느낀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가정폭력, 그리고 오른쪽 얼굴을 뒤덮은 혹...이전 출연자들과는 다르다 느꼈던 그를 지극정성으로 챙긴다. 하지만 선의로 제안한 어떤 일이 윤주에게 악몽같은 시간을 가져다주고, 나는 모든 걸 내팽개쳐버리고 싶다. 그때 'H' 잡지에서 벨기에로 탈북해 살고 있는 '로기완'의 인터뷰를 본 나는, 홧김에 벨기에(정확히 말하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다. 그곳에서 로기완을 아는 유일한 사람, '박'을 만나 로기완의 궤적을 따라간다.


초반에는 한 면 가득한 심리묘사가 버거웠는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촘촘한 심리묘사에 상황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가 어떤 상황이고 지금 어떤 마음인지에 대한. 심리묘사를 읽어나가다 보면 이 이야기엔 저마다의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덧붙여, 그 인물들은 연민을 하는 대상이면서 연민을 받는 대상이라는 것도 말이다. 연민은 연민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한 발 더 나아가며 행동한다. 멈춰 골몰하던 나도 로기완의 궤적을 따라가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 교수님이 해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작자는 이렇게 말합디다. '슬퍼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이쪽이 더 맞지 않겠어요?" 이야기를 하는 교수님의 표정은 장난스러웠지만 아직도 그 이야기는 내게 남아있다. 이번에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으며, 그 이야기를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안타까워하는 것은 정말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움직여 행동에 나서는 것만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연민이란 뭘까.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일까. 그건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나. 행동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긴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살아있는 동안 이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완벽한' 공감도, 연민도 하지 못하는 '타인'이니까.

 

p.s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때엔 '행동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기꺼이 참여하길. 스며들길. 무서워하지 말고. 생각의 고리를 끊고.

작가의 이전글 1월 영화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