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번째 뮤지컬
예매권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고 왔다. 그간 저장했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다음 시즌에야 보겠구나 싶었는데 운이 좋았지. 플러스씨어터도 처음 가 보았다. 오호, 여기는 캐보가 담소에 붙어있구나. 끝없이 내려가는 구나 지하로 지하로.....자리는 맨 뒷 줄이었는데 무대가 전체적으로 보여 좋았다. 아니 무대 짱 이쁘잖아! 거기다 오늘 커튼콜 데이라 무대를 담아갈 수 있잖아! 완전 럭키종종이잖아!�오늘의 캐스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이창용, 케플러에 윤석호, 마리아에 유낙원이었다. 자, 이제 <시데레우스> 볼 수 있지~그럼~볼 수 있지~
꿀노잼극이라 하지. 삼삼한 맛이 나는 극. 시데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분명 어느 지점에서 눈을 길게 감고 있었는데 말이야. (이런) 그럴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아! 뮤지컬의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갈릴레이와 케플러가 협력해 '지동설'을 연구해나가는 이야기다. '지동설'이라 하믄 당시 '신격모독'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탄압을 받았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천동설'이 주류 의견이었기 때문에 지동설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케플러와 갈릴레이는 쓰러질지 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책을 읽고, 실험을 한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을 받기도 한다. 여기서 고증 오류가 하나 있다면 갈릴레이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때문에 종교 재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대화>라는 책으로 종교 재판을 받았다. 책엔 세 사람이 나온다. 사그레도(사회자), 살비아티(지동설 대변), 심플리치오(천동설 대변). 이 중, 심플리치오가 문제가 되어 교황청에 불려갔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갈릴레이는 교황청 사람들과도 친했다. (교황청 사람들=종교인=신 믿음=천동설 지지) 믿었던 갈릴레이가 뒤통수를 크게 처버렸으니 화가 나 안 나. 그렇게 된 것이다. 다시, 극 얘기로 돌아가서 종교재판을 받은 갈릴레이는 더 이상 지동설을 지지하지 않기로 서약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케플러는 그건 선생님만의 잘못이 아니라며 갈릴레이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집에 없고, 그의 딸 마리아와 마주친다. 이 지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왜 둘 다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느냐고 마리아가 묻는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망원경으로 바라본 별들이 예쁘다고 했었나. 그 전에 아버지에게 망원경이 장난감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마리아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속는 셈 치고 들여다본 망원경엔 별이 한가득 떠있었다. 아버지의 책을 읽은 마리아는 지금껏 갈릴레이가 해온 연구들에 일말의 거짓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밝혀진 사실들이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래도, 마리아는 아버지를 지지하기로 마음먹는다. 개인적으로 곧은 신념을 가진 인물이 다른 누군가를 변화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게 부녀 관계라 더 마음이 아팠다. 뒤가 어떨 지 아니까 환히 웃는 엔딩이 저릿했어.
넘버는 솔직히 다 너무 좋았읍니다.....극에 맞는 가사와 분위기와 짱짱한 목소리들이 조화를 이루니 참말로 속으로 감탄 오백번 했읍니다...개인적으로 취향이었던 넘버는 <살아나>,<시데레우스 눈치우스 rep>. <살아나>는 무대 연출 환상 또 환상. 그러다 하나 둘 살아나~할 때 케플러에게로 모이는 별들이란. 크으-아름답다.순간, 케플러가 별로 이루어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웠어.....<시데눈치맆>은 저릿한 엔딩에 나왔는데 가사가 너무 너무 좋았다. 얼굴 가득 웃음 띤 배우들은 또 어떻고. 정말 너무 너무였어....행복만 하셨으면 좋겠는데.....(엔딩 생각하니 눈물나는 사람)
이번 배우들은 모두 다 자첫. 석호케플러 tmi를 밝히면 동생이랑 동갑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동생이 무대하는 것 같이 깨발랄하고 통통 튀었다. (???:너 교수 아니지?) 그런데 입만 열면 강인한 목소리로 넘버를 하는데 워후 짱석호케플러군요. 낙원마리아는 목소리에 맑은 골짜기가 흐른다. 그런데 넘버를 하면 그 골짜기에 힘이 생겨.....최고......또, 마리아의 나이에 따라 목소리에 변주 주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늘 마지막이죠. 창용시.....아니.......왜 이렇게 잘해요....? 이게 짬도 짬인데 목소리 자체에 힘이 있어서 넘버든 대사든 확확 박혔다. 짭팔이 때 성대 미쳤네요 중간 중간 박수 몇 번 나왔는데 기억하기론 용용시 넘버 끝나고였던 것 같다. 짭팔이 끄트머리에 마스크 안으로 입 겁나 벌어졌잖아 뜨허헉 노래 너무 잘 해 진짜......따봉 쌍따봉(언어의 한계로 이렇게 밖에 말 못함)
후기를 쓰면서 대사/가사 모음들을 읽는데 장면 복기되면서 눈물나네....이렇게나마 그들의 신념이 얼마나 강했고, 그 신념을 가진 자들은 얼마나 더 강했는지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세상은 이러한 사람들 덕에 살아나는 거라고 생각해서. 여러모로 착하고 좋은 극이었다. 다음 시즌엔 좀 더 빠르게 자첫을 하리라 다짐 또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