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2024년 5번째 책

by 종종

일정상 중계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었다. 보통은 반대로 하는 편인데 일정상. 주변 도서관들이 모조리 대출 중이어서 예약을 하고 며칠 기다렸다. 띵동! 알림톡이 도착하자마자 달려가서 빌려옴 ㅎㅎ


세상에 한 마리 밖에 남지 않은 코뿔소는 진정한 코뿔소가 되기 위해 코끼리 보호소를 탈출한다. 코끼리 무리에서 벗어난 코뿔소의 눈 앞엔 예상치 못한 시련과 잔인한 인간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앙가부는 사냥꾼들에게 코뿔을 도둑 맞고, 윔보는 갑자기 떨어진 전쟁에 목숨을 잃고...하지만, 전쟁은 우리를 허물었다. 그렇게 만난 노든과 치쿠. 노든과 치쿠는 오래 오래 걸으며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 보낸다. 긴긴밤에 지친 치쿠는 눈을 감고, 돌보던 알은 노든의 몫이 된다. 타다닥-그날 밤, 펭귄 한 마리가 한 세상을 깨고 다른 세상으로 나왔다. 노든은 펭귄에게 '바다'에 가자고 이야기한다. 치쿠의 부탁이라고 하면서. 펭귄은 그곳에 살아야 하는 거라며. 지평선마저 온통 파랑인 그곳으로 둘은 함께 떠난다.


소설을 보고 운 건 <소년이 온다> 이후 처음인데 나는 마음을 합하고 연대하는 이야기를 참으로 아끼는 모양이다. 왜 이런 이야기만 읽으면 눈물이 나는지. 요즘 세상에 마음을 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서 그런 걸까. 다르지만 하나가 되는 요런 아름다운 이야기. '다르지만 하나가 되는'이라 표현한 까닭은 종은 다르지만 (각자의) 바다를 찾는다는 마음은 같았으니까. 마침내, 바다를 찾았고 우린 계속 같은 바다에 있을 거니까.

+) 이런 적이 처음인데 윔보가 죽는 장면에서부터 눈물이 안 멈쳐서 혼났다. 일러스트 뭐 이리 슬퍼요..진짜..


<긴긴밤>을 읽은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동물 이야기에 공감을 잘 못하는 편인데 이건 이입이 잘 됐어."

읽으면서 이 이야긴 인간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많은 존재와 어리숙한 존재가 만나 서로 도우며 그들의 영역을 찾아가는. <긴긴밤>이 재밌는 건 연대에 정체성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인데 처음에 코뿔소 노든은 코끼리 보호소에 살며 자신을 코끼리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소) 밖에 나가는 것을 망설였는데 코끼리 할머니가 '너는 완벽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는 완 벽한 코뿔소가 되어라'라는 말을 한다. 노든은 이 말을 펭귄에게 똑같이 한다. 내가 누구인지 찾는 일은 투쟁과도 같다. 평생 걸어도 알 지 못할 것이다. 나는 명확히 정의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울 때면 뒤를 돌아보는데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다 나임을 말하고 있다. 사는 동안 나만의 바다를 찾기 위해 쓰는 모든 시간이 '긴긴밤'이겠지만. 나만의 바다가 있는 것을 믿기에 계속 걸을 수 있는 거겠죠.


책이 활자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것이 새삼 기뻤다. (일러스트가 있었지만!) 직접 보지 못한 장면을 머리 속에 펼쳐두고 함께 헤매고 함께 기뻐하며 함께 찾아간다. (제멋대로 재단하는 것이라면 그런 것이겠지만 나는 나를 상상하게 하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하나. 노든과 펭귄은 다시 만났을까.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기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직관은 못하고 넘어가겠는데 망했다. 원작도 이렇게나 좋았는데 직관은 얼마나 더 좋을까...

<긴긴밤>은 집에 한 권 들여야겠다. 어렵고 힘들 때 다 잡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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