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9번째 영화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자비에 돌란(후베르트), 앤 도벌(샨탈)
줄거리: 16살 사춘기 소년 후베르트는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이해해주기는커녕 제멋대로 행동하는 엄마에게 진절머리가 난 후베르트는 그의 연인 안토닌과 함께 자유로운 독립을 꿈꾼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 후베르트는 그저 철없는 사춘기 소년으로만 보일 뿐이다. 어느날 엄마는 상상치도 못했던 아들의 비밀을 전해 듣게 되고, 방황하던 후베르트는 결국 기숙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되는데...
작년에 마티아스와 막심을 보고 자비에 돌란에게 한동안 허우적댔다. 예쁜 화면, 어울리는 음악, 깊이 있는 스토리까지..! 젊은 감독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너무 잘 아는 듯하다. 그렇게 허우적대다 나는 그가 꽤 많은 영화를 연출하고,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서 계획해본 자비에 돌란 필모깨기였지만...작년에 다짐하고 첫 포문을 이제서야 열었다. 제목부터 나를 훅 치고 들어오는 제목이라 바로 선택했다.
16살 소년 후베르트는 매사에 짜증이 난다. 특히나, 엄마가 성가신다. 엄마는 후베르트가 한 말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후베르트에게 시비만 걸기 일쑤다. 그러나, 둘은 그렇게 싸우다가도 춤을 추며 사랑한다 말한다. 애틋한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열을 올리며 서로에게 상처 입을 말들을 쏟아 붓는다.
그런 후베르트에게도 탈출구가 있다. 바로, 남자친구 안토닌과 담임선생님 줄리이다.
안토닌은 후베르트의 연인이다. 그의 모든 것을 함께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사이이고, 아니, 사랑하는 사이이다. 담임선생님 줄리는 후베르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다. 엄마가 없다는 거짓말을 엄마에게 들켜 떠나가라 학교를 도망치던 날, 후베르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줄리 자신의 이야기를 후베르트에게 말해준다. 그 뒤에도 줄리는 후베르트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낸다.
샨탈은 오랜만에 온 친구와 선탠샵에 갔다, 아들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후베르트가 안토닌과 교제한 지 두 달이 됐다는 이야기였다. 티를 내지 않으려는 샨탈이었지만, 들은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고 화만 낸다.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후, 샨탈과 후베르트의 아버지는 후베르트를 산골 기숙학교에 입학시킨다. 그곳에서 새로운 남자친구 에릭을 만나지만, 떨쳐내고 집으로 도망쳐온다. 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베르트는 엄마를 깨워 사랑 고백을 마구 한다. 하지만 다음날, 후베르트는 샨탈에게 어제 약에 취해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씁쓸함과 함께 마치 다 안다는 듯 후베르트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며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편안한 나날을 즐기던 후베르트는 재입학 서류를 보고 화를 죽을 듯 낸다. 그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간 후베르트. 시간이 지나고, 샨탈에게 전화가 한 통 온다. 바로 후베르트가 학교로부터 도망쳤다는 것..! 다행히 후베르트는 샨탈에게 쪽지를 하나 남겼는데, 쪽지의 내용을 들은 샨탈은 그곳으로 향할 채비를 한다. 이야기를 한참 하던 선생은 집에 남자를 들이라는 둥, 집에 남자가 없어서 후베르트가 엇나간다는 둥 쓸데없는 말만 한다. 이게 내 탓이고 아들 탓이라는 거냐며 마구마구 쏘아대는 샨탈. 도벌은 후베르트가 쪽지에 쓴 '왕국'으로 향한다.
전에 이런 글을 쓴 적 있다. 나는 엄마와 한 집에 살고 엄마를 사랑한다. 그러나, 엄마는 나를 화나게 하고 나는 그런 엄마를 증오한다고. 내가 쓴 글을 풀어놓은 영화가 있다면 이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영화 속에선 아들과 엄마의 구도였지만, 이 이야기는 자식과 부모의 구도라면 누구든 해당될 것이라고 본다. 너무나 보편적인 이야기이므로 자식이라면, 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보편적인 이야기가, 보편적이지만 누구도 입밖으로 내지 않은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이야기인데 신선하다?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그 영화가 세상에 나왔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제 3자인 내 눈으로 바라봐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상황에 따라 나는 후베르트가 될 수도 있고, 담임선생님이 될 수도 있었겠지.)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죽도록 싸우던 도벌과 후베르트가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지내는 장면, 내가 오늘 죽으면 언제 죽을거냐는 후베르트의 물음에 나는 내일 죽을거야라는 도벌의 답변 장면, '왕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후베르트를 도벌이 감싸 안는 장면. 어쩔 때는 남 같다가도 내일이면 풀고 다시 안을 사이. '자식'과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웠던가. 잡기엔 버겁고 끊기에는 어려운 사이. 어렵다. 이리 끈질긴 것을 보니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인 게 틀림없나보다. 자식과 부모는 서로에게 전부라는 말이 맞는 걸까 의심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 나는 아직 엄마가 좋은데, 싫어. 아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