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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27. 2021

반대편에 아들이 있다, <개들의 침묵>

2021년 50번째 영화

제목: 개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dogs)

감독: 박현철, 출연: 김뢰하(호성), 김성철(아들)

줄거리: 젊은 시절, 불합리한 나라와 맞서던 호성. 시위현장에서 아내를 잃는 것도 모자라 한쪽 다리와 목소리를 못쓰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내의 제사를 준비하러 밖으로 나가게 되는 호성. 본의 아니게 도심에서 일어난 시위현장에 휩싸이게 되고, 그곳에서 하나뿐인 아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2017년 제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어젯밤에 갑자기 김성철 배우에게 꽂혀서 아침에 부랴부랴 보게 된 영화. 제목만 보고서도 강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용 또한 거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칠기는 했으나 눈물이 그걸 부드럽게 만드는 작용을 한달까...현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기구한 운명에 침몰되는 나를 발견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아내를 구하려다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다리와 끊겨버린 목소리를 얻은 호성. 하루는 마트에 가던 날, 집 근처 골목에서 시위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며칠 후, 호성은 그 시위에 나설 준비를 한다. 

한편, 경찰인 호성의 아들은 후임들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똥군기를 잡는다. 외박 신청도 거절돼서 화가 잔뜩 나 있는데 이거 안 보이냐! 요 심보로 말이다. 대형 시위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경찰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시민들과 대립하게 된다. 그 중엔 호성의 아들도 있다.

경찰과 시민들이 한껏 대치를 하다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 시위에 나서려던 호성은 젊은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고, 겁이 나 도망가게 된다. 시위에 참여한 누구도 놓칠 수 없었던 호성의 아들은 주황 우비를 입은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그의 뒤를 쫓는다. 겨우 호성을 잡은 호성의 아들은 호성을 개 패듯이 팬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끝나고, 호성의 아들은 외박을 허락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꼬리꼬리한 상태의 아버지를 보고 왜 넘어졌냐며 묻는 호성의 아들. 호성이 아들의 밥을 더 뜨러 간 사이, 아들의 눈에 주황 우비가 들어온다. 아까는 밤이고, 캄캄한 골목이라 우비만 보이고 누군지 몰랐는데...호성은 이제야 자신이 아까 무지막지하게 때린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수난이대>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동원되어 팔 한 쪽이 없고, 남북 전쟁에 참전한 아들 또한 수류탄에 팔을 잃으며 아버지 때의 고통이 아들에게로 고스란히 내려온다는 비극적인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 세대의 비극이 아들에게로 전해진다는 점은 같지만, 아버지는 피해자, 아들은 가해자라는 점에서 다르다.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경찰'의 역할을 아들이 고스란히 하고 있다니, 그 무지막지한 '폭력'을 내 아들이 휘두르고 있다니. 아들은 호성을 보지 못했지만, 호성은 아들을 똑똑히 봤다.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이라면 맘껏 욕이라도 했겠지만, 가족이기에 무슨 말을 하기조차 복잡한 상황이다. 영화를 보면서 무서웠다. 어느 집에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곱씹을수록 씁쓸하고, 마음이 텅 비는 느낌인데 그 마음들을 차마 말로는 표현할 용기가 나지 않으니 기회가 된다면 다들 한 번은 봤으면 한다. (심지어 글조차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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