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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l 08. 2021

붉게 물든 푸른 봄,<오월의 청춘>

2021년 4번째 드라마

제목: 오월의 청춘

연출: 송민엽, 각본: 이강, 출연: 이도현(황희태), 고민시(김명희), 금새록(이수련), 이상이(이수찬)

줄거리: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희태와 명희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휴먼 멜로드라마

원작 소설: 오월의 달리기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07644

이 드라마를 보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단지 이도현이라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였다. 그런데 줄거리를 읽고나니 드라마를 더욱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980년 5월. 나는 태어나지도 않은 때지만, 그 시절에 학생 운동을 하셨던 선생님도 계셨고, 뉴스에서도 매년 5월 18일이면 관련 뉴스가 나왔기에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의 덕으로 편히 지내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날의 역사를 바라봐야만 했다.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쌓다 중반부에 가서는 민주화 운동 소재를 넣어 시대가 이들의 사랑을 짓밟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총구를 겨누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이들의 시점으로 민주화 운동을 보여주기도 해 그 시절을 더욱 비극적으로 그린다.

시대극은 항상 슬프다. 그 시대의 울분과 한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그 시대 사람이 아니어도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상황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시대극들은 늘 서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서인지 내가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다. 나도 그 시절에 태어났으면 일반 시민이었을테고, 어쩌면 그들처럼 살아갔을 지 모르니까. 지금껏 시대극, 특히 민주화 운동 관련 영상물들을 많이 봐왔지만 오월의 청춘이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그동안의 영상물들은 대부분 영화였고, 영화는 대개 몇 시간 안에 스토리를 쌓기에 한 번에 감정을 불어 넣는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러 회차로 이루어져있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스토리를 쌓기에 감정선도 스토리와 함께 차곡차곡 쌓아진다. 오랜 시간 들여 쌓아진 감정이므로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다. 그래서 오월의 청춘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인물들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수찬은 여동생 수련이 학생 운동 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다. 자신이 고문을 받기 전까지. 고문소에서 고문을 당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수련의 시아버지 찬스를 이용해 풀어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엔딩에서 수찬은 수련을 도와 학생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돕는다. 트라우마로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의대생 희태가 변화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지 않은 인물들이 그런 인물들로 변화하는 것이 재밌고, 멋지게 느껴졌다.


마지막회에서 희태가 명희에게 쓴 편지. 정말 슬펐다. 그동안 눈물 잘 참았는데, 어제는 훅하고 나올 뻔했다. 

희태는 명희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그 편지는 우리 모두에게 가닿았다.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언젠가 만날 누군가에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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