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와 가수.
실패한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다
요리사는 요리를 잘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한다.
그렇다면 실패한 사람은 무엇을 잘할까.
답은 간단하다.
실패를 잘한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비아냥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사실을 정면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다.
우리는 실패를 일시적인 상태로 이해하고 싶어 한다.
지금은 실패했지만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서사가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한 사람 앞에서 우리는 자동으로 위로의 언어를 꺼낸다.
"괜찮아, 다음엔 잘 될 거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잖아."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그 말들은 현재의 실패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재료로 재빨리 전환해버림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실패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우리 자신의 불편함을 감추는 포장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실패는 어떤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정체성이 된다.
사업을 세 번 말아먹은 사람,
시험에 네 번 떨어진 사람,
관계마다 같은 방식으로 끝을 맺는 사람.
이들을 두고 우리는 "운이 없다"거나
"환경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하고,때로는 조심스럽게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설명도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
이들이 반복해서 실패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실패가 그들이 가장 능숙하게 수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능숙함이란 반복에서 온다.
누군가 어떤 일을 오래, 자주 해왔다면 그 일에 능숙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반복한 사람은 실패의 모든 동작을 몸에 새긴다.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 잘 되어가는 일에서 굳이 균열을 찾아내는 것.
이 동작들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랜 연습으로 몸에 밴 반사다.
요리사가 손목을 꺾는 각도를 생각하지 않아도 칼질을 하듯,
실패에 능숙한 사람은 생각하지 않아도 실패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실패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여전히 너무 친절하다.
예언이라는 단어는 의식적인 믿음을 전제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새겨진 것이다.
믿음도 아니고 선택도 아닌, 그저 숙련된 습관.
실패는 이미 그 사람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잔인하게 들린다면,
잠깐 멈춰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영역에서 이 함정에 빠져 있다.
매번 같은 유형의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도 그 유형에게 끌리는 사람,
돈을 모으려 할 때마다 꼭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는 사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마다 정확히 3주 후에 무너지는 사람.
이것은 불운이 아니다.
패턴이다. 그리고 패턴은 실력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능숙해져 있다.
문제는 이 능숙함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리사는 자신이 요리를 잘한다는 것을 안다.
가수는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실패에 능숙한 사람은 자신이 실패를 잘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더 고통스럽다.
매번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경기가 나쁘다, 사람들이 몰라준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 말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들만 반복하는 한, 자신의 숙련된 실패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질 뿐이다.
그러니 이제 한 가지만 묻겠다.
당신은 지금 실패했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그 느낌은 맞다.
직감을 믿어라.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부르는 것이 가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이 오히려 유일하게 정직한 출발점이다.
진단을 부정하는 사람은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보아야 한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당신 주변을 지금 겉도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매번 같은 愚痴를 늘어놓는 사람,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사람,
세상 탓과 타인 탓으로 대화를 채우는 사람들.
그들도 실패에 능숙한 사람들이다.
당신이 그 곁에 있었다는 것은, 당신 역시 같은 언어를 쓰고 있었다는 뜻이다.
유유상종은 냉혹하지만 정확한 법칙이다.
진단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실패한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마라.
그들의 위로를 경계하고, 그들의 충고를 걸러라.
실패에 능숙한 사람이 건네는 조언은,
아무리 선의로 포장되어 있어도 결국 실패의 문법으로 쓰여 있다.
그 언어에 오래 노출될수록, 당신의 기본값은 더 깊이 고착된다.
변하려는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변하려는 사람으로 보이는 곳으로 가라.
성공에 능숙한 사람들 곁에 서라. 처음엔 이질감이 들 것이다.
그들의 언어가 낯설고, 그들의 속도가 불편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오랫동안 다른 것을 연습해온 몸이 새로운 동작 앞에서 느끼는 당연한 반응이다.
실패는 실력이다. 그리고 실력은 바뀐다. 다만 연습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
가장 위험한 함정을 발견한 것뿐.
같은 자리에서 또다시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