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일수록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는 이유.
야간에 일을 하면 야식을 빼놓을 수 없다.
별들이 사라지고 벌레마저 잠이든
어두운 새벽녘엔
소음 없는 사회는 이질감을 준다.
마치 총성이 들리지 않는 전쟁터처럼.
부딪치는 잔속엔 사라진 별들이
잔속에 녹아 사람들을 위로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눈에 띄는 단골
손님 한분이 계셨다.
그분은 항상 방금 입고된 김밥과
새우맛 라면을 드시며 미소 지었다.
그분을 뵌 지 두 달째가 지났을 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마디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대머리에 큰 덩치와 이질적인 꽃무늬 앞치마는
그에게 범접하기에 용기 내는 시간은 두 달이나 걸렸었다.
퉁명스러운 손님은 반말로 답을 해주었지만
오히려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나는 고깃내는 직업을 약간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지만 확답이 필요했다.
손님은 친한 정육업체에 직접적으로
고기를 공급받는 고깃집 사장님 이셨다.
직접 받은 원육을 가공하느라
새벽시간에 바삐 식사를 하시던 것이었다.
너덜스럽게 미소 짓는 대머리 손님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고기는 이제 질려, 기름냄새만 맡아도 어휴... 차라리 라면집을 차릴걸 그랬어”
그 말을 들은 나는 놀랄 뿐이었다.
고기를 마다하고 라면을 선택하다니.
손님께서 사주신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을
새벽녘 테이블에 앉아 즐길 때쯤 이해할 수 있었다.
남들에겐 최고급 육질을
자랑하는 고기를 대접하지만
정작 본인은 기름냄새에 물려
새벽같이 라면을 찾는 다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매일같이 보면 물릴 테니 말이다.
또 다른 단골손님도 있었다.
매우 단정한 정장과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는데,
매일 같이 다른 담배를 구매했다.
가까운 오피스텔에 사는지,
자주 들락날락해서
여러 버전의 여성을 마주쳤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 버전.
잠옷입은 버전.
남자친구와 싸우고
헤어진 버전까지 말이다.
이별을 통보받았는지,
길거리에서 서글프게
울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친구와 함께 팔짱을 끼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의 사이클이 돌았다.
항상 그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사람도
사랑이 쉽진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인연을 만나는데 가장 영향을 끼치는 건
아무래도 외모일 테니까.
그녀에겐 아무렇지 않게
쉬운 일일 줄로만 알았지만
놀랍게도 아니었던 것이었다.
아름답다는 건 사실 사랑을 알기 쉽지 않은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깃집 사장님은 처음 가게를 차렸을 때,
고기가 좋으니 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사장이 되었을 땐
관리해야 할 재고 이자
노동의 산물 이 되어 있었다.
값싼 라면과 김밥이 도리어 좋을 정도로.
그렇다는 건 사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사람일수록
진정한 사랑을 찾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랑들 속에서
어딘가에 존재할 사랑을 찾는다.
마치 작은 공이 든 수영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공을 찾는 것처럼.
어쩌면 진정한 가치는 한 발짝.
그 가치에서 떨어져야 보이는 게 아닐까?
고기 맛을 잘 아는 사람은 배가 고픈 손님일 것이고,
사랑의 소중함을 가장 절실히 아는 사람은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영혼일 테니 말이다.
무뚝뚝한 고깃집 사장님의 라면.
아름다운 여성의 고단한 연애.
두 사람의 풍요 속의 빈곤.
고기들 사이에서의 가장 질 좋은 고기는
재고일 뿐
수많은 사랑들 속에서 진정한 사랑은
흔하디 흔한 사랑일 뿐.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빼어난 미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일반적인 영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기분 좋게.
보글보글 끓는 양은 냄비 안의 물에.
세상에 하나뿐인 라면을 넣는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에
진정한 진미를 찾기에
건져 올린 것이 진정한 나를 찾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