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받아들이는 법
가끔은 나한테 소중했던 그대들을 떠올린다.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은 놓치고 나서 후회한다. 후회는 정말 잔인하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후회하며 그들을 떠올린다. 너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가와줬는데 나는 소중할수록 그들과 멀어졌다. 처음으로 가장 먼저 떠나갔던 네가 떠오른다.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너는 내 곁을 항상 지켜주었다. 같이 못 있어주고 소중히 대해주지 못해도 한결 같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처음 너를 데려왔던 날이 떠오른다. 작은 동물병원에서 어미젖을 다 떼고 넌 바로 우리 집으로 왔다. 나는 외동으로 태어나 항상 외롭다고 말하며 부모님을 괴롭혔다. 어린 마음에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강아지를 키우면 내가 모든 것을 다 챙겨주고 잘해주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쳤다. 나는 그 당시에 너무 외로웠다. 네가 있으면 안 외로울 것 같았다.
막상 대려 오고 나니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 많았다. 항상 너를 돌봐야 했고 소홀해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약속이 많아졌고 집에도 자주 안 들어가면서 너와 마주칠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넌 항상 나를 반겨주고 기다려주고 가끔은 나의 무릎에 앉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이 작은 동물은 항상 나만 기다리며 나만 바라보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화가 날 때나 항상 내 곁을 맴돌았다.
너는 그렇게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성인이 될 때까지 내 곁에 있었다. 스물여덟 살이 됐던 해 너의 몸에 이상한 게 나 있었다. 혹이었다. 처음엔 크게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혹이겠거니 생각했다. 좀 이상하니 동물병원에 데려가보자고 했다. 병원에서는 종양이라고 했다. 수술해도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그때부터 너는 점점 쇠약해졌다.
혹에선 피가 나고 출혈의 양이 점점 더 너무 아플게 눈에 보이는데도 너는 내 곁에서 안 아픈 척을 하는 건지 웃고 있었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부모님은 네가 아파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대로면 네가 아파하는데 해줄게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은 아파하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느니 직접 떠나보내자고 했다.
나는 안 된다며 엉엉 울었다. 너를 보낼 수 없었다. 너는 아무렇지 않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이렇게 살아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회라는 감정이 밀려왔다. 내가 좀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너의 곁에서 더 잘해줄걸 못해준 것만 생각났다. 눈이 오던 날 너를 데리고 나갔는데 네가 행복하게 뛰어다녔던 모습, 처음 데려왔던 날 조그마한 몸으로 내게 기대어 잠에 들었던 모습, 내가 힘이 들어 침대 옆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었을 때 아프지 말라는 것처럼 내 위로 올라와 낑낑거리던 네 모습. 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나는 항상 너를 떠올린다. 언제 한 번은 네가 꿈에 나왔다. 나는 너를 쓰다듬으며 너무 행복했다. 잠에서 일어나니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눈물이 나왔다. 네가 떠났구나 라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한동안은 네가 내 곁을 떠났다는 것을 회피했다. 너의 물건을 다 정리하고 너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길을 걷고 있는데 너와 닮은 모습을 한 강아지가 지나가더라 한동안 그 강아지를 바라보다가 길 한가운데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눈물이 나왔다.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의 감정을 나는 그때 알았다. 내 곁에서 소중하게 있어줬던 네가 없으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나는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죄책감이 든다. 너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이 다 내 잘못인 것 같았다.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다짐했다. 정을 주고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잃는 슬픔이 이렇게나 큰 것이라면 나는 더 이상은 슬프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너를 보내고 나한테 소중한 친구였던 15년 지기 s를 떠나보냈다. 소중한 것들이 나를 떠나갈 때마다 나의 마음은 쇠약해졌다. 어차피 이 사람도 떠나가지 않을까? 정을 주는 게 무서웠다.
그럼에도 마음 둘 곳이 필요했다. 항상 혼자 있는 것도 좋아라고 하면서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갈까 두렵고 마음 한 구석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온다. 사람을 필요로 하고 가끔은 혼자이고 싶고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의 소용돌이를 항상 마주한다. 가끔 내 곁을 떠나간 그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날 떠나갔을까 하고. 그러면서 이미 떠나간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 하며 회피한다. 앞으로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인연들이 더 생기고 그들이 떠나가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또 여러 감정에 휩쓸릴 거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그럼에도 난 살아가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