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펑!!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63%, 중국계 20.1%, 인도계 5.9% 및 기타계로 이루어진 다민족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각 민족 및 종교에서 중요한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고, 지역 공휴일도 있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공휴일이 많은 편에 속한다.
특히 화교인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구정이 가까워오자 모든 백화점 및 식당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 줄이 걸리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트윈타워 정원에도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승천하려고 하는 조형물이 떡하니 크게 세워져 있다.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꿍시파차이라고 쓰여있는 귀여운 빨간 키링을 선물로 준다.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설날이 되면 마을 잔치로 항상 윷놀이를 하고 소를 잡아 고기를 들고 오는 날도 있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한복을 입고 치맛자락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세배도 하고 밖에서 뛰어다녔다. 그런데 점차 이벤트는 사라지고 부모님께 세배하고 차례, 성묘를 지내거나 밥 한 끼 먹는 소소한 가족모임으로 변화되었다. 그저 꽉 막힌 고속도로와 만석인 기차를 타고 가서 가족들은 만나고 오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의무감만 남은 어른이 되어서일까? 귀향길에 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말레이시아에서 오랜만에 예전 설에 느낄 수 있는 흥이 느껴졌다. 혹시 이번 명절에는 시댁을 안 가서 그런가?? 사람들이 둘러싸인 곳에 끼여 사자춤을 보았으며, 사자탈을 쓴 이가 던지는 황금을 상징하는 귤을 곳곳에 던지는 데 그걸 받겠다고 아이의 등을 밀어보지만 실패했다.
우리 민족은 대게 젊잖은 덕담을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올해 공부 잘하고 취업하고 아이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길 바란다"
중국은 정확히 속내를 드러내다
"꿍시파차이(恭喜发财)(돈 많이 버세요!)"
그들의 실용주의적 표현이 더욱 맘에 드는 건 대놓고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바를 얘기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중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하니 빨간 봉투 3장을 준다. 촌스럽지만 꼭 돈이 많이 들어오라는 복봉투로 느껴져 담 설에 조카들에게 이 봉투로 줘야겠다 생각했다. 잊지 않고 이번 명절에 세 조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밤 12시가 가까이되면 이제 폭죽이 시작된다.
근데 한 군데서 폭죽이 터지는 게 아니다. 그냥 아파트 위 혹은 주택가 여기저기서 팡! 팡! 팡! 터진다. 우리 숙소 앞에서도, 도로 건너편에서도. 심지어 터트리는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잠들려고 누우면 팡팡팡. 한참 자다가도 팡팡팡. 설에는 잠도 안자나 싶을 정도로 밤까지 아주 화려하다.
설이 지났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축제였다. 원래 중국 설이 '춘지에'라고 해서 거의 보름가까이 쉬는데 여기서도 그들에겐 여전히 춘지에 기간인가 보다. 여전히 그들은 사자탈 공연을 했으며, 폭죽을 터트렸다. 열흘정도 간간이 폭죽을 본 듯하다. 잠들 즈음되면 갑자기 펑펑펑!! 새벽 1, 2시에도 펑펑펑!!! 술 먹다 기분이 좋아서 터트리는 건가? 별거 없는 거 알면서 또 내다본다.
사실 난 폭죽이 좋다. 폭죽을 보면 동화 속 나라를 보는 것 같은 설렘이 느껴진다. 시끄럽긴 해도 기분 좋은 시끄럼이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