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입맛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는 거리 문제도 있겠거니와 물가가 저렴해 비행기값을 제외하면 제주도를 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 저렴하게 해외를 다녀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도 수영장이 딸린 한 달 숙소비용이 백만 원 정도에 어학원 한주에 24만 원 정도라는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곳에 6주 정도 머물 생각이었기에 먹는 건 저렴할 테니 오백정도면 되겠지 대충 예상을 하고 시작된 여행이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었던 이유는 식당 물가였다. 길거리 음식은 이삼천원정도로 매우 저렴했지만 아이에게 먹이기에는 위생이 걱정이 되기도 했고, 매주마다 열린다는 시장은 시간이 맞지 않아 한 번밖에 못 가봤다. 그렇다고 비싼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난 가성비 좋은 맛집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몽키아라 숙소에서 건너편 대로만 건너면 하타마스란 지역이 있었다. 그쪽에 자리 잡고 있던 현지식당인 조조리틀키친(jojo little kitchen)과 마마 킴(mama kim)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조리틀키친은 판미라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인데 칼국수면, 국수면, 수제비 중에 하나를 고르고 국인지 비빔인지 고르면 된다. 가격도 3~4천 원이라 아이 유학원에 보내고 마사지받고 점심으로 먹고 숙소로 건너오면 딱인 일정이었다. 다만, 하타마스 지역은 길거리 정비가 잘 되지 않아 죽은 쥐를 볼 가능성이 있다. 눈이 밝은 내 친구는 몇 번 발견하더니 그쪽으로 가길 두려워했다. 뭐가 무서워했던 나도 말라비틀어진 쥐를 한번 보고 으악 소리를 지르면 팔짝 뛰었다. 그 점만 빼면 침이 고이는 맛집이다.
또 한 군데는 마마 킴(mama kim)으로 사우나미 맛집이었다. 돌솥 안에 뜨거운 육수와 여러 가지 야채, 육류, 국수가 어우러져 나오는데 더운 나라임에도 시원한 에어컨에서 먹는 뜨거운 국물음식은 역시 국룰이었다.
사실 숙소 아래가 큰 쇼핑몰이라 식당도 많았고 근처에도 여러 식당이 있었지만 가격은 우리 물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쌌으며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았다.
몽키아라는 국제학교가 있고, 고급주택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식당들이 들어서 있어서 맛없는 곳은 없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식당들이었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 식당이 많다 보니 한두 번씩 이용하기 좋았고 특히나 사테와 함께 마시는 맥주 한잔은 간절히 생각난다.
사람 기억에 오래 남는 것 중의 하나가 음식 아니겠는가. 그때 먹었던 음식을 추억하면 맛이 느껴지는 듯하고 그 풍경이 떠오르고 그 설레던 기분까지 생생해진다.
저 크랩버거를 보면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고 맑지만 더웠던 그날의 날씨, 유독 밝게 웃어줬던 종업원의 얼굴까지 떠오른다.
여행을 계획하면 맛집부터 검색하는 편인데 거리와 시간의 문제로 가보지 못한 말레이시아 맛집이 구글 지도에 아직 많이 남아있다. 끝이 있기에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게 여행인가 보다.
인생여행도 아쉬움을 잔뜩 묻힌 채 언젠간 끝이 났겠지만 그래도 좋았던 추억만 떠오르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