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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 KIARA에서 짐을 풀다

반가워, 말레이시아

by 인생여행

마지막에 아이의 배탈로 멘붕의 시간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던 싱가포르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쿠알라룸푸르로 건너가야 했다.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버스, 택시가 있지만 비행기는 공항으로 오가는 시간, 대기 시간, 수하물 비용 등을 따져 보니 복잡하고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며, 택시는 고려해 보지도 않았고, 상대적으로 아주 착한 비용으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에어로라인으로 가기로 했다. 에어로라인은 싱가포르 하버프런트에서 쿠알라룸푸르 코러스호텔까지 하루 3번 이동을 하며 대략 6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공항버스보다 조금 낡았지만, 자리마다 모니터가 있어 영화, 게임 등을 무료로 볼 수 있고, 커피 또는 코코아와 물, 식사가 제공된다. 비행기 뺨치는 서비스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덕분에 아직 보지 못했던 '외계인'을 볼 수 있었고, 나시르막(매콤한 소스와 땅콩, 삶은 달걀을 밥에 비벼 먹는 말레이시아 대표음식)을 말레이시아 땅을 밟자마자 맛볼 수가 있었다. 다만 6시간을 가야 하는 지루함과 국경선 넘을 때 짐을 다 내려서 보안검사를 받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국경이 붙어있다 보니 상대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이 반대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출퇴근 시간대는 교통 체증이 상당하여 피하는 것이 좋은데 다행히 일요일이어서 이쯤이면 도착해야 할 텐데 하며 온몸으로 지루함을 표현할 때쯤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해방감은 잠시 뒤로 하고 최종 목적지인 몽키아라 숙소를 가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사용하던 유심을 사용해야 했다. 데이터 로밍을 켜면 된다는데 이리저리 해도 잘 안된다. 내린 곳이 다행히 호텔 근처라 간신히 호텔 와이파이를 몰래 따와 그랩을 부르는 데 성공했다.


싱가포르는 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구경을 해야 했기에 한 달 전부터 주야장천 검색을 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아이의 어학연수를 핑계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는 것이기도 하고 영잘알 j형 친구가 며칠 먼저 도착해 있기도 해서 천천히 알아가자는 생각으로 사전 조사를 거의 하지 않고 갔다. 일단 숙소에 도착하고 보자란 안이한 생각으로 그랩을 타고 20~30분 가다 보니 우리 숙소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놀란 점은 싱가포르는 그랩을 타고 짧은 거리를 가도 만원 이상이며, 대부분은 2~3만 원이 기본이었고, 심지어 공항에서 그랩이 잡히질 않아 4만 원 넘게 지불을 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30분가량을 가도 몇 천 원에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차이는 싱가포르 영토가 작고 환경을 중요시하는 나라다 보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나 전철이 저렴하면서 잘되어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영토가 넓어 대중교통으로 커버가 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산유국이라 기름이 매우 저렴하다 보니 그랩 등 공유차량비가 매우 저렴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자동차가 많다 보니 끼어들기의 달인들이 많았다. 바늘구멍도 통과할 듯한 운전솜씨에 난 손잡이를 붙잡으며 아이의 벨트를 안전하게 매어졌는지 확인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기 위해 들어가 보니 프런티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뭔가 헹하다. 레지던스를 처음 와봐서 호텔처럼 체크인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보다. 당연히 예약메일만 보여주면 무사통과라 생각했던 나 자신이 한심스럽. 메일을 다시 읽어보려면 데이터 사용을 해야 하는데 데이터 사용이 안되고 무료 와이파이도 안 잡힌다. 데이터 사용을 하기 위해 유심칩 매뉴얼대로 해봤는데 안되어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 근처 주변 상가를 어슬렁 거렸다. 잡혔다 안 잡혔다 하는 구간이 있다. 우선 친구에게 내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저녁을 먹으려다 서둘러 나와 주었다. 밥부터 먹자며 자기 숙소로 데려가 삼겹살과 떡국을 차려줘 오래간만에 한식을 맛있게 먹고 나니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친구 숙소의 와이파이에 연결해 예약메일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내가 신상 내용을 작성해서 보내면 숙소 키가 들어있는 사물함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에잇.... 미리 읽어보지 않은 나의 실수이다. 아이와 친구, 친구의 아들까지 나로 인해 캐리어를 이리저리 옮기는 번거로운 수고를 했다.



밥이 들어가니 힘이 난다. 다시 우리 숙소로 캐리어를 끌고 올라갔다. 대충 짐을 풀고 바깥을 보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원래 구하려던 숙소가 한 달 치만 예약이 된다 해서 집에 들어가기 전 열흘동안 살기 위해 구한 집이지만 호텔이 아닌 레지던스에 오니 왠지 내 집에 온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푹 잘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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