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이 닿는 곳까지가 나의 최선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어딘가 익숙한 문장들이에요. 이 광고 속 카피를 쓴 사람은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제일기획, TBWA 코리아 등 국내 굵직한 광고 기업을 거쳤고, 칸 국제광고제 등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심사 위원을 맡은 바 있어요.
박웅현 디렉터가 속한 광고 업계, 속도와 경쟁이 일상인 환경이에요. 그런데, 그 한가운데서 30년 넘게 일했지만 그는 ‘번아웃을 겪어본 적 없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비결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
내 손이 닿는 곳까지가 최선
마감이 3일 남으면, 많은 사람은 72시간을 계산합니다. 잠을 최소화하고, 일에 몰입하는 계획을 세워요. 하지만 박웅현 디렉터는 다르게 계산합니다. 하루 8시간씩 총 24시간이 내 일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요.
12월 초에 경쟁 PT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마감은 12월 27일. 연말을 포기해야겠다며 사색이 된 팀 앞에서 그는 칠판에 날짜를 쓰고 바로 이어서 빨간날을 다 지웠어요. 남은 날짜를 세고, ‘그 기간 안에 나오는 아이디어가 우리의 아이디어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 잘 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은 의무가 아니에요. 닿지 않는 시간과 일에 대한 아쉬움, 후회, 미련은 결과를 바꾸지 못해요. 바뀌는 건 더 타고 닳아버린 마음입니다. 직업 생활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몇십 년을 이어갈 마라톤! 진짜 멀리 건강하게 가는 사람은 자신의 페이스를 잘 알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사람입니다.
지나간 것과 닿지 않는 것은 두고 가기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닿지 않는 것은 닿지 않는 것이다’
박웅현 디렉터는 박목월 시인의 시를 자주 인용합니다. 여기서 ‘닿지 않는 것’은 포기가 아니에요.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구별하고 흘려보내는 태도가 돼요. 지속 가능한 일을 위해 필요한 경계를 세우는 방식이죠.
한국 사회는 완벽과 헌신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의 작가이자 유튜버, 마크 맨슨은 한국을 여행한 후 지나친 경쟁과 위계, 완벽주의가 집단적 우울을 강화한다고 언급했어요. 다만, 동시에 한국인의 회복력과 역동성에서 변화의 가능성도 발견했습니다.
물론 한국에 만연한 번아웃은 사회적 분위기와 기업의 시스템이 깊게 얽혀 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개개인에게 ‘닿지 않는 것’에 가까워 보여요. 진짜 우리 손이 닿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기대치의 구조일지 모릅니다. 노력의 부족으로만 바라보던 일을 기대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거예요.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행은 현실 그 자체보다 기대, 예상, 의지 등의 좌절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번아웃에게 여지 주지 않기
번아웃은 과로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지나치게 높은 자기 기대와 경계 없는 몰입이 반복될 때 생깁니다. 업무 외 연락을 완전히 끊거나, 당장 수면 시간을 늘리기 어려울 수 있어요. 대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고, 그 기준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조금씩 바꿔 갈 수 있죠. 완벽을 전제로 달리는 태도와는 결이 다르게요.
번아웃 피하는 법, 거창하지 않아요. 내 손이 닿는 곳까지 알고 그 선을 지키는 것, 그것이 오래 일하는 사람들의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