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감정은 기억하지 않아도 남는다

어린 시절에 하는 좋은 경험의 의미

by Light Life

어린아이를 데리고 좋은 곳에 가거나 좋은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 종종 이런 말을 해요.

‘어차피 크면 다 잊어버릴 텐데?’

성인 대부분이 0~3세 어린 시절 기억을 잊어버립니다. 7세 이전 기억도 상당 부분 소실돼요. 그렇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V] 가족들과 함께 본 바다의 색깔
[V] 처음 탄 기차의 소리와 진동
[V] 낯선 과일의 향과 맛

무엇을 했는지는 희미해져도, 그 순간의 따뜻함이나 달콤함은 감정과 연결되어 남아있어요. 그저 ‘좋은 추억’ 이상으로요.



감정과 기억을 분리 저장합니다


물에 빠졌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물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만, 반대로 물놀이가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위험이나 실패를 감수하고 서핑을 즐기기도 하죠. 어린 시절 사건이나 사실, 기억하지 못해도 중요한 이유는 이를 바탕으로 비슷한 상황이나 대상을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기억과 감정을 같은 방식으로 저장하지 않아요. 뇌에서 경험의 사실을 담당하는 ‘해마’는 시간에 따라 망각의 영향을 받습니다. 반면, 감정의 종류와 정도를 저장하는 ‘편도체’는 강한 정서일수록 오랫동안 깊이 반응합니다.

tempImageMr5W1K.heic 어린 시절 기억은 잊혀도, 기분과 감정은 감각으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출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잊어도,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떠오르는 일이 가능해요. 특히, 감각은 직접적인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속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처럼요. 이 장면은 실제 원작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경험에서 비롯한 내용으로, 이를 심리학에선 ‘프루스트 효과’ 혹은 ‘마들렌 효과’라고 부릅니다.



어린 시절 감정의 수명


어린 시절의 감정은 유난히 삶에 깊게 스며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이때 실제로 뇌 발달과 변화가 활발하기 때문이에요. 0~3세에는 뇌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3~5세는 뇌 속의 감정과 집중의 기반이 자리 잡습니다. 이때 축적된 경험은 지식의 형태보다 정서의 토양에 가까워요. 긍정적인 경험은 안정감으로, 반복된 불안은 경계심으로 이후 삶의 반응 방식을 점차 형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매 순간 아이에게 행복하고 긍정적인 기억을 만들어줄 순 없습니다. 그게 아이를 위한 길도 아닐 거예요. 다만, 아이 마음속에 세상을 안전하고 흥미로운 곳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의 재료’를 쌓아주는 일,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되는 세계



유년기 아이와 좋은 곳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시간은 기억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남기는 일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은 자극 하나하나를 무섭게 흡수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이를 토대로 자기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천천히 구축하니까요.


tempImage1JUIMF.heic 새로운 자극을 접하는 일,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겐 충분합니다.


잊힌 시간 위에서도 감정은 조용히 자라나 한 사람의 세계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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