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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l 27. 2024

AI 시대에서 당신의 일자리는?

현실로 다가오는 기술적 실업

"아마도 우리 중 누구도 직업을 가지지 못할 것"

지난 5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파리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AI로 인해 직업이 "선택적"이 되는 다소 도발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이제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얘기는 이제 더 이상 SF 영화만의 소재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기술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AI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추천 시스템,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AI는 우리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ChatGPT는 AI의 능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생성형 AI는 완벽하진 않지만 인간처럼 대화하고, 글을 쓰고, 코딩도 꽤 잘한다.


 AI 노출 및 보완성에 따른 고용 점유율.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비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전 세계 고용의 약 40%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놀라운 것은 선진국에서 그 비율이 6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AI의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AI의 영향은 직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일수록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데이터 입력, 콜센터 상담원, 회계 및 금융 관련 일부 직종 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AI의 등장으로 인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도했다.


30년 경력의 부동산 분야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제니퍼 켈리는 챗GPT 등장 이후 고객 수가 급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오랜 고객들은 AI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챗GPT를 활용해 카피라이팅 문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프리랜서 콘셉트 아티스트인 리드 사우던은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붐으로 인해 지난해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일부 프리랜서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업워크(Upwork) 리서치 연구소의 켈리 모나한 소장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이 등장한 이후 프리랜서 플랫폼 내에서 글쓰기, 코딩, 번역 등에 대한 임시직 채용 수요가 최대 21% 줄었다고 밝혔다. AI는 이미 실질적으로 일자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작년 7월 진행된 미국작가조합의 파업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노동자들의 불안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영화배우조합-텔레비전·라디오 방송인 연맹(SAG-AFTRA)의 파업이다. SAG-AFTRA는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간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가 바로 AI 사용에 따른 일자리 보호였다. 결과적으로 SAG-AFTRA는 스튜디오들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영화나 TV 등의 콘텐츠 제작에서 배우 및 성우 등을 AI 사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게임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SAG-AFTRA는 배우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사용하는 비디오 게임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블리자드 액티비전, 워너브라더스 게임즈, 일렉트로닉 아츠 등 7개 회사에서 제작하는 게임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AI의 도입은 단순히 고용 시장의 변화를 넘어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언급한 IMF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생산성을 향상하지만,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가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극단적인 정치 지형에 AI가 어떤 트리거로 작동할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노인의 경우, AI 시대에서 더 취약할 수 있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들은 AI나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고, 쉽게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취업난에 봉착한다"면서 "노인들은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졌으며, 기존 직장을 잃어버리면, '옛날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새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들의 재사회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오픈AI의 CTO인 미라 무라티는 최근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열린 초청 대담에서 "일부 창의적인 직업은 사라질 수 있겠지만, 콘텐츠 품질이 높지 않다면 애초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직업도 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AI 기술 발전이 일부 직업의 존재 가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AI의 CTO인 미라 무라티

물론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왔고, AI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로 인해 새롭게 생겨날 직업들을 제시했다. 'AI 트레이너'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AI 익스플레이너'는 복잡한 AI 시스템을 일반 사용자들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한다. 'AI 서스테이너'는 AI 시스템이 윤리적이고 책임 있게 사용되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로봇 공학자 등 AI 관련 새로운 직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은 이미 AI 시대에 맞춰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와 아마존이다. 테슬라는 최근 800명에 가까운 신규 직원 채용 공고를 올렸는데, 이 중 상당수가 AI와 로봇 기술 관련 인력이었다. 자율주행 개발 관련 일자리가 최소 25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관련 일자리가 최소 30개였다. 이는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 "전기자동차 회사에서 AI와 로봇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존의 이사인 스테파노 라 로베르는 "기술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늘렸다"라고 밝혔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거대 기업은 이를 일자리 대체가 아닌, 일자리 창출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다.


일선 기업에서도 AI 스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링크드인 프로필에 AI 관련 기술을 추가한 회원은 전년 대비 142배 급증했고, AI 관련 키워드가 언급된 채용 공고 지원자 수는 평균 17% 늘었다. 이처럼 커리어 전환을 희망하는 사람에겐 AI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던 타임즈 (1936)

AI 시대의 고용시장 변화는 산업혁명 시대의 격변을 떠오르게 한다. 기계화로 인한 대량 실업,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발,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사회 안정화 과정은 오늘날 AI와 마주한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85년 전 '모던 타임즈'가 던진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가 생산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는 그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케인스가 예측한 '기술적 실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인간과 AI의 대립이 아니다. 페드로 도밍고스 교수의 말처럼, "기계를 가진 인간 대 기계가 없는 인간의 대결"이다. 테슬라와 아마존의 사례에서 보듯이, AI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 특히 감정 노동, 돌봄 노동, 창조성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분야는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찰리 채플린'이 기계화된 노동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했듯이, 우리도 AI 시대의 노동과 일자리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 인간은 AI의 창조자이지 노예가 아니다. AI와의 공존을 통해 우리는 더 인간다운 노동과 삶을 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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