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는 길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내비를 키고 운전을 시작한다. 아무래도 사고가 나거나 하면 평소에는 잘 뚤리는 길도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야할 목적지가 바뀌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가는 길만 좀 바뀔 뿐이다.
어느 정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비전에 가까워져간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식으로 이끄시겠지 하는 게 있었는데, 점점 그것과는 다른 길로 이끄시는 걸 보면서 아 이렇게는 못살겠다.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러시더라.
"내가 너에게 준 비전을 너가 잊지 않고 있는데, 내가 잊었겠느냐."
보통 사람 같으면 저정도 응답 받으면 막 회심하고 감사합니다 그럴텐데 난 좀 많이 굳어버린 것 같다. 오히려 "그래서요." 라는 반응을 보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조금 돌아가는 것 같기는 한데, 이 길이 빠른 길일 수도 있겠다 싶다. 결국 언약은 내 책임으로 이루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책임으로 이루는 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