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단상2

by 파인

여행을 다녀온뒤, 상해는 어땟냐고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에겐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재미있는 나라였어. 한번 쯤은 가봐야할 것 같아"

2시간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마음의 거리는 북유럽보다 멀었던 나라였던 중국은, 내마음 속에서 어느새 가볼만한 나라도 아닌 '가봐야 하는 나라'로 격상되었다.

이는 편리한 시스템이나 깨끗한 거리, 입맛에 잘 맞았던 음식에 대한 추천의 의미뿐만 아니라 경험하지 않고서는 자각할수 없었던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본주의 탈을 쓴 사회주의 맛보기


숙소에 짐을 풀고 난징동루 근처 거리로 나왔을때 가장 먼저 든 인상은 '쾌적'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첫날은 평일이라 거리에 사람이 적었고, 주말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도시 전반적으로 잘 가꿔진 가로수가 울창했고, 바닥은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깔끔했으며 여러가지 구조물이나 화분들도 잘 정돈되어 있었다. 예상 밖의 풍경에 의아해하며 거리를 걷고 있는데, 연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를 가득 채운 청소부들이었다. 조끼를 맞춰입은 노인들이 일사분란하게 거리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고, 또 몇몇은 난간을 수건으로 꼼꼼하게 닦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싶던 찰나, 저 멀리서부터 청소차가 이미 깨끗한 거리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마치 결벽증에 걸린 것처럼 도시를 쓸고 닦는 모습을 보며 강력한 행정 통제 기반의 사회주의의 일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 엄청난 규모의 국제도시가 이 정도 미관과 위생을 유지하려면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공공 인력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공무원들이 얼마나 달달 볶이고 있을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었다.


스크린샷 2025-07-07 오후 12.22.31.png 쓰레기하나 없이 깨끗한 상해 거리


거대한 쇼핑몰로 가득찬 난징동루와 예원 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번쩍거렸고, 신천지와 우캉루는 한국에는 아직 입점되지 않은 핫한 브랜드들과 고급 편집샵,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다. 와이탄 야경은 화려한 광고 배너들로 도시를 뒤덮고 있었으며 특이한 색상의 슈퍼카들과 존재감 넘치는 명품을 두른 사람들, 때깔좋은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외국인들이 가득한 거리는 동북아 메가 시티인 서울이나 도쿄의 번화가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게 중국식 자본주의의 정점에 취해가던 찰나, 아이러니하게도 눈앞에 등장한 건 바로 그 거리를 지키는 공안과 CCTV였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공안들은 인파로 가득 찬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통제를 하고 있었고, 몇몇은 무리지어 다니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벌이기도 했다.

골목 안쪽까지 빈틈없이 배치된 CCTV는 잘못한 게 없는데도 괜히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안이 검사하는 지하철 짐 검사를 통과하면 지하철 손잡이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광고판을 맞이하는것, 도로에는 각양각색의 브랜드가 있지만 차 종류는 모두 '전기차'인 것, 편리한 슈퍼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은 사용할 수 없는것. 그것이 내가 느낀 중국식 자본주의였다.


내가 직접 겪은 상하이는 그야말로 ‘미래 도시’였다.

엄청난 자본과 강력한 국가 주도의 통제 시스템이 결합해 만들어낸 이 도시는 놀라울 만큼 최첨단이었고, 디지털 라이프가 생활 깊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한 결제,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하는 전기차, 앱 하나로 통제되는 라이프스타일은 분명히 ‘빛나는 미래’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여전히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작동하는 구조가 있었다. 거리를 쓸고 닦는 노년의 노동자들, 화려한 쇼핑몰 뒷켠 계단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있는 직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스템을 지탱하는 수많은 인민들의 삶은, 첨단 기술이 불러올 가까운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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