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없는 나의 목소리를 찾아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상문

by 파인

최근의 소소한 자부심이라면,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공개 첫날 관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했던 일이다. 처음엔 제목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듣고 으윽...했던 주변인들도 요즘은 하나같이 나의 안목을 칭찬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관련 주를 먼저 샀어야 하지 않을까?)

소니픽쳐스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감명 깊게 봤던 나로서는, 그들이 만드는 여성 히어로물 + Kpop 조합부터 가슴이 뛰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거대한 국뽕에 휩싸여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을 고증한 배경과 2-3세대 Kpop을 전형적으로 재현한 음악은 흠잡을 데 없이 완성도 높았으며, 여성 주인공들의 서사와 그들의 자매애는 요즘 시대가 지향하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헌트릭스가 만들어낸 거대한 혼문은 진짜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한국 문화와 k-pop의 완벽한 고증?

처음에 흥행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누구나 그랬듯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 곳곳에는 서울의 풍경부터 한국의 문화, 정서까지 모든 요소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고, 감독 또한 그런 부분이 왜곡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인터뷰를 했다. 주인공들의 노래나 무대 또한 K-pop 팬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할만한 멜로디와 안무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다방면의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이나 한인 2-3세들이 직접 만든 컨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한국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점이 흥행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걸까? 서브 컬처로써 일부 소녀팬들이 열광하던 k-pop을 갑자기 미국의 5세 아이와 중년 아저씨가 따라 부르게 된 데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 세계와 시대를 관통하는 '케데헌'의 감성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How Kpop Just Humbled Disney

현지인들의 분석이 궁금했던 차,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컨텐츠와 댓글을 발견했다. 'How Kpop Just Humbled Disney'라는 다소 오버스러우면서도 도파민이 싹 도는 이 짧은 쇼츠는 이미 100만의 조회수와 10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었고, 최근 픽사가 공개한 '엘리오'라는 애니메이션과 케데헌을 비교 분석한 비슷한 연관 영상들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었다.

그들이 분석하는 흥행 이유는 다양했지만, '어른을 위한 스토리'와 '넷플릭스를 통한 유통'의 조합이 성공의 주요 요소라는 의견이 흥미로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어린 주인공의 성장을 주제로 하는 여타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케데헌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과거가 있고 양면성이 있는 성인들이며, 극 중에선 그들의 사랑과 우정, 극복과 치유를 다룬다. 어른들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잘생긴) 진우와 루미의 연애 무드에 설레기도 하고, 그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케데헌은 이처럼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덕분에 전 연령이 함께 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되었고, 넷플릭스 덕분에 온 가족이 집에서 다 같이 관람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반복해서 시청을 하게 되었다. 또한 어른들이 케데헌을 반복해서 관람하며 점점 열광적으로 변하는 모습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되어 릴스나 숏폼으로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는데, 이 현상 또한 케데헌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부분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샷 2025-08-08 오후 4.04.50.png 디즈니 화이팅!


What It Sounds Like

케데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노래는 'Golden'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 영화의 메인 OST는 엔딩곡인 'What It Sounds Like' 일 것이다. '영원히 깨지지 않고 빛날 것만 같던 꿈은 산산조각 나서 깨져버렸지만, 그 상처와 과거마저 나의 일부이고 이게 진짜 내 목소리'라는 가사를 듣고 울지 않을 어른이 있을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다소 경악스러운 제목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이 영화는, 부서진 조각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내면의 진짜 목소리를 마주 보라고 응원을 해준다. 완벽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실패와 상처를 수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국 문화와 k-pop을 잘 얹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고 있는 상처와 회복의 감정선을 보편적인 정서로 잘 반영한 컨텐츠이다. 이 착한 컨텐츠가 디즈니 프린세스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글로벌 IP로 성장하여 더 좋은 후속 컨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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