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의 <홍학의 자리>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읽은지 참으로 오래됐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추리소설은 아마 애거서 크리스티의 것이었던 것같은데, 제목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걸 보니 정말 오래 전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시면서 갑자기 책읽기에 흥미가 생겼다. 워낙 오랫동안 독서라는 걸 하지 않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잘 몰라서, 우선 '밀리의 서재'라는 독서 어플을 구독했다. 그 중에서도 흥미가 당겼던 것들 중에 <홍학의 자리>라는 책을 골랐다.
'밀리의 서재'에서 본 <홍학의 자리>는 완독율이 매우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가지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려워하는 나도 완독했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는 '도파민'이라고 하나? 끊임없이 도파민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범죄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섞여서 도대체 범인은 누구지..., 죽은 아이의 정체는 대체 뭐지, 하는 궁금증을 독자들로부터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에 가까운 '김준후' 선생님은 선한 역할인가(애초에 미성년자 제자와의 불륜이라니...선함이라고 정의할 수는 절대 없겠지만) 혹은 정말로 악하고 갱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범죄자인가를 지켜보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은 꼭 심각하고 문체가 유려한 책만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장 한 장을 넘길때마다 그래서 다음은 뭐지? 어떻게 되는거지? 궁금하게 만드는 글도 충분히 읽혀질 자격이 있다. 혹자들은 이 <홍학의 자리>가 너무 가볍고, 자극만 때려넣은 웹소설같다고 하지만 나는 마지막 반전도 매우 충격적이었고 한국 미스터리 소설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