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상상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더위가
시작되었다. 지구 대기권이 불안정하고 열기가
빠져나갈 수 없어서 해수 온도도 상승하는 중이다.
그래도 여름은 더워야 맛이라고 살았던 적이 있지만,
요즘 모두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좀 시원한 그림이 있나 찾다가
마티스의 <폴리네시아 바다> <폴리네시아 하늘>
연작을 만났다. 단순하고 자유로운 추상적 형상들이
유영한다.
<폴리네시아의 바다>
"탐색에 지쳐버릴 때쯤 정신은 오히려 맑아진다.
그때 거침없이 그려나간다."
-앙리 마티스-
나는 탐색을 조금 시도하다가 마는데 마티스는
지치도록 했다! 화가들이 자신의 관점과 관찰을 통해
얻은 체험의 전 모습을 두루 살피면서 깨닫는다.
그들이 이미 본 무엇을 작품으로 대하기 전까지,
이전에 우리는 보지 못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더 이상 이젤 앞에 서서 작업할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창조적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마티스는 휠체어에 앉아 구아슈로 색칠한 종이를
오려 붙이기 시작했다. 2차원의 평면적인 회화보다
3차원의 조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거침없고 대담한
표현으로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
타히티 섬을 여행했을 때 바다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떠올라서 표현한 작품들이다. 사물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게 하고 전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내게 하는
그의 직관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뛰어난 직관과
상상 작용이 빚어낸 작품을 보다가 어린아이처럼
누구나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어떤 사람을 예술가로 화하게 하는 것은 그의
생각들을 추상의 영역이나 환상적인 지각의 영역에
내버려 두지 않고 구체화하는 시험 속에 집어넣는
행동이다. 소재에 대한 파악을 바탕으로 주제를
응집시켜 나가는 열정과 지구력이 남다르다. 여기서
뛰어난 예술적 능력의 차이가 난다.
마티스의 상상적인 섬광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 결코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바다와 하늘을 본다.
우리는 우리의 눈을 가지고 이와 다른 무엇을 보는가?
<폴리네시아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