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느낌이 오는 걸까?

<느낌의 진화>, 안토니오 다마지오

by 명규원

느낌은 마음에서 오는 걸까? 그런데 마음은 어디에 있지? 가슴속 심장인가? 아니면 뇌에 마음이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하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느낌·감정·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의 작동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관점과 진화생물학을 토대로 뇌가 마음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통념과 거리가 있음을 밝혔다.


뇌와 신체는 신경계의 구조와 과정 속에 상호작용한다. 신경계 혼자서 마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 다른 모든 부분과 협업하여 마음을 생성한다. 모든 생물은 느낌의 전조라고 할 만한 생명의 조절장치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그중에서도 특히 느낌)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인간의 몸 내부에 가장 오래된 환경은 장기와 혈관이다. 소화와 배설은 생명체의 초기 단계부터 가장 중요한 기관이므로 내장은 경험과 기억을 저장한 '제2의 뇌'라고 불릴 정도다. 몸 내부의 비교적 최근 환경인 뼈와 근육은 오감으로 느끼는 외부환경이다.

이것들이 뇌와 신경계로 연결되어 있고 신경계는 지도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자동화된 생명유지 장치들과 관련한 무의식과 주관적인 관점을 형성하고 경험을 통합하는 의식 사이에 '느낌'이 있다. 한마디로 마음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프 안에서 의식-느낌-무의식이 서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이론의 핵심은 '항상성'에 있다. 긍정적으로 조절되는 생명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시도는 우리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한다. '느낌'은 세포의 화학적 작용에서 시작된 진화의 산물로 자연선택을 통해 남았다. 물질의 열역학은 생명의 항상성과 연결되는데 생명유지를 위해

'항상성'의 기능을 신경계가 수행하게 되면서 느낌이 생겨난 것이다. 생명체는 단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좋은 상태를 향한 조절작용을 한다. 생명 작용의 필요에 의해 생성된 '느낌'은

항상성을 유지하게 해 줄 뿐 아니라 동기를 유발하게도 한다. 마음처럼 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몸 전체와 협업해서 정서반응을 일으킨다.


느낌의 종류에는 자연발생적인 항상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자극에 의해 촉발되어 내부의 욕망과 동기를 발생시키는 것이 있다. 느낌의 내용은 몸 상태에 따라 정서가 동반되어 좋다,

나쁘다 혹은 중립적인 주관성을 나타내고 문화적 반응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예술행위도 느낌이 있어야

가능하다. 감정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느낌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고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어떤 사건과 경험, 내부 욕망 등에 의한 통합은 의식의 필수적

구성요소이고 예술과 학문, 종교 등 모두 해당된다.


우리가 한 생명체로써 정상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또는 인간으로서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지 여부를

따질 때 '의식이 있다', 혹은 '의식이 없다'라고 한다. 시간과 공간을 기준으로 정신이 또렷하고 집중된

상태에서 마음 안의 이미지들, 소리, 시각 이미지, 느낌 등은 적절하게 형성되고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변

세계를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지니고 통합하는 주체가 활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적인

마음 중 가장 핵심적이며 전체 절차를 지배하는 구성 부분은 감각 이미지를 저장하는 대뇌 감각 피질과

관련이 있고 뇌의 정교한 장치들을 통해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미지(경험하고 해석하는)가 합쳐져 의식이

된다. 그리고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관성'은 기억(회상)이 마음의 내용에 들어가

그 순간 진행되는 지각들과 섞이게 되고 더 넓은 범위에서 적절히 통합된 것이다. 그 결과 어떤 틀, 개별적인 관점과 느낌을 형성하게 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의식'은 주관성이 주입된 정신적 이미지들이 어느 정도 통합된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경험되는 특정한 마음의 상태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살아 있는 수많은 종들이 다른 생물체들 또는 환경의 존재를 계속해서 감지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각을 인정해서 넓은 의미로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장점이 있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의식은 마음과 느낌이라는 개념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올리버 색스가 '식물도 의식이 있다'라고 말한 것이 해석의 여지기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의식적인 경험이 존재하기 위한 '마음'과 '느낌'은 또한 신경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마음이

주관적인 관점을 가질 때 아픔, 고통, 즐거움이라는 정신적 경험인 의식이 시작될 수 있다.


세포 내의 생명 조절을 표준화시키고 생명을 새로운 세대들에게 전파할 수 있게 한 유전적 장치

다마지오는 '항상성'이라 한다. '항상성'은 인간 문화의 발생에 어떻게 작용했을까?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

즉각적으로 감지되는 것을 넘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인과관계를 이해해 상황을 해석하고 진단하는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의 마음에 나타났을 것이다. 사회적인 성향이 강했던 인간들은 이를 기초로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반응을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공간에서 발명해 낼 수 있었다.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의

형태로 무엇인가 움직일 수 있는 무엇이 느낌에 의해 음악, 춤, 시각예술과 의식, 주술 행위를 촉발시키고

점차 고통과 쾌락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들을 풀기 위한 초월적 신앙 체계를 발생시켰다.

오랫동안 반복된 폭력 행위, 파괴적인 전쟁들을 겪으며 인류는 황금시대로 알려진 '축의 시대'(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까지를 일컫는 말로 야스퍼스는 새로운 사상과 철학들이 페르시아, 인도, 그리스, 중국에서 직접적인 문화 교류 없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를 맞이 했다. 하지만 수천 년 전에 이미 인간은 느낌에 대한 반응으로 모든 종류의 사회적 창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복잡한 문화적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이 움직일 수 있는 정신적인 무엇에는 정말 놀라운 깨달음을 포함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항상성이 작용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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