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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Nov 04. 2023

스톡데일 패러독스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린라이크

지난해 경북 봉화 광산의 수직 갱도가 붕괴돼 광부 두 명이 지하 190m에 갇혔다. 며칠 뒤

핼러윈 압사 사고가 일어났고 참혹한 시간을 애도하며 보내고 있을 때였다. 열흘 만에 갇혀있던

광부들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크게 안도하며 위로받았다.

며칠 전 신문에서 극한의 고립된 상황에서 커피믹스를 물에 타서 마시며 공포를 떨쳐버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광부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구조가 지연되고 더 버티기 힘들어지자 아무것도

모르는 신참을 독려하던 베테랑 광부도 죽음을 준비해야겠다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그는 

믿지도 않는 하느님 부처님을 찾으며 1분만 외출해서 아내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었는데 바로

그 순간 구출되었다고 했다. 

머릿속으로 안다고 하는 것이 직접 겪어 보면 다르다. 현장에 나가 일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규율과 시간에 묶여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인생의 막장을 경험한다. 목숨을 담보로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다. 서로 의지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하는데 앞장서는 동료들인지라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들 

했다고 한다.


어떤 어려움과 막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한다.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다 잘 될 것이라는 환상에 기대어 살면 독이 되기도 한다.

스톡데일은 해군 항공조종 장교로서 베트남 전쟁 참전 당시 포로로 8년간 잡혀있던 인물이다. 동료들 가운데 석방에 대한 막연한 낙관주의나 기대를 가졌던 사람들은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고 잘못되는 경우가 

많았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혹은 추수감사절을 기다리며 석방될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처럼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가 가장 일찍 죽었다. 기대가 좌절될 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희망을 잃어가면서 죽어간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오히려 죽고 그는 살아남은 자가 되었다. 

스톡데일은 상황을 낙관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했다. 자신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삶의 소중한 

기회로 삼으려고 끝까지 노력했다. 그래서 부하 포로들에게 조만간 풀려나갈 것이라는 희망에 매달리지 말고 우선 현실에 적응하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되, 현실을 낙관하지 않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톡데일로부터 우리가 얻는 교훈은?

비관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최악의 순간일지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적어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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