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못 미치지만

오늘도 작업한다

by 명규원


오늘도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한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작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도 그림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았다. 좀 더 나를

알게 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그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삶에 대해 표현하는 방식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책을 읽고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와닿는 부분을 글로 쓰게 됐다.

아직 작업실도 없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야무지지 못하고 성긴 사람이라 세상 어디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조용히 은거하는 예술가를 자처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의 삶을 그리고 있다.

모든 가치가 경제적 이익으로 환산되는 현실에서 뒤늦게야 무능한 엄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별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할 수도 없다. 가끔씩 영감을 얻고 창작 활동에 몰두하기도 하는 일상생활에서 자칫 쓸모없는

존재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세속적인 가치에 거리를 두고 사니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변에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여전히 작업을 하고

조금은 자유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뭔가 못 미치지만 늦가을 여는 개인전에서 삶의 진실과 기쁨을 서로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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