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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Nov 18. 2022

우리의 본래 모습 - ‘한국인이란?’

<한국인의 얼굴. 몸. 뇌. 문화> 조용진/ 집문당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이면서 타고난 유전적인 형질로 인해 변화시키기 어려운 몸을 지니고 산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쩌면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기질과 몸의 형태 혹은 기능,

내장 구조까지 닮아서 나오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조상으로부터 왔고 일생 동안 불변하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물론 후천적인 환경과 노력에 의한 각성이 형질 이상으로 삶을 변화시킨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술해부학 박사인 저자는 고인류학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한국인의 형질과 문화의 한국성을 계량적으로 연구해 왔다. 최근 세계인이

주목하는 한국인은 누구이며 '한류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관심이

생기는 때에 이 책은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저자가 한국인의 정의를 '형질의 다양성'에서, 한국문화의 정의를 '양식 다양성'에서, 한국의 미래를

'가치 다양성'에서 찾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보편성을 이루는 정신적인 축인 세계의

종교가 모두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문화의 자양분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불교(대승 화엄),

유교(心學에 바탕한 성리학), 가톨릭과 기독교(다양한 교단)는 신앙을 통해 건전한 삶의 자세를 지니게

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나타나듯 국가 간 힘에 의한 지배보다 자유와 평화, 호혜평등의 이상을 세계인이

구현해야 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현재의 우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거슬러 올라가 오래전부터 생존 조견 속에서 단순한 동기와

선택으로 누적된 결과 바뀌지 않는 형질이 있음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본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아직도 잘 모르는 나를 더 알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내 그림의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었고 구체적인 형상을 지우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계속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긴다는 주변 작가들의 말이 설득력 있긴 해도 내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받쳐주진 않았다.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한 사정도 있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시회를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개인전에 생각을 정리하려고 다시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북방계로 '시청각 감수성형'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는 시각형 뇌 유전자를 지닌 종족의 유입 증가로 본다는 점에서 내가 뇌과학적으로 북유럽 기원의

‘시각성'이 강한 형질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미술이 유럽 미술에 비해 시각성이 약한데,

동물의 사실적 묘사는 동남아시아의 순다 랜드형

바탕에 북방민의 유입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가까운 천전리 암각화는 '개념적 양식'으로 추상적 문양으로 되어 있고 두 암각화의 성질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증거다.

생물학적으로 지표상 남쪽에 동양인 공통의 조상인 순다 열도로부터 물려받은 ‘좌뇌적 개념성'과

‘촉각성'이 바로 동양화의 사군자나 산수화 기법, 동양의학의 진단법으로 나타난 것도 근거가 된다.

내가 직관적 성향의 우뇌형이란 것은 알았지만 북방계 '시각형'인 것을 이제야 새삼 확인했다. 말의

내용보다 언표 방식이나 소음에 민감한 것, 시각적으로 추한 것이 고통스럽고 '시각적 소음'도 참기

어렵다는 것 등.

아직도 나를 모르다니... 쉽사리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내 소질(素質)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지 시대적 조류를 따를 필요가 없다. 세잔이 보고 느낀 대로 그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공간과 조형원리를 찾았듯이 어떤 대상이든 내가 경험하고 해석한

대로 그려야겠다. 시각적으로 인지한 것 위에 상상력을 통해 인식한 것을 더하고 형태를 단순화시켜 작업한다면 훨씬 나다운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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