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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Jun 27. 2023

생명이 가벼워지는 세상

사카모토 류이치

 요즘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 내지 혐오감을 느끼고 인간으로서 피해야 할 일로 여기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자각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한발 더 나가서 비건이 의식 있는 사람의 선택처럼 보이고 유행하게 되었다. 공장형 사육을 

문제 삼는 '동물복지'육류와 달걀(자연 방목)이 상품으로 나왔고 이젠 자연 재배 '식물 복지' 야채도 

나오고 있다. 오래전부터 육류는 포유류의 양식이 되었고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건강상 이유가 아니라면 자연의 법칙까지 거스를 필요가 있을까? 임신과 수유과정에서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적이다. 고른 영양섭취가 아이들의 발육과 성장에 필요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존중을 의식한다고 해서 인간과 동물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우리도 

고양이를 키웠고 개를 데리고 살지만 인간과 친연성이 있는 개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는 경향도 

지나친 감이 있다.


얼마 전 작고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음악가로서 의식이 깨어있는 예술가다. 모든 자연의 소리도 음악에

담고자 했다. 특히 빗소리를 좋아했는데, 음악 같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가 굉장한 리얼리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몇 번 보름달을 볼 테지'

그는 병실 침대 정면에 평소 친분이 있던 이우환 화백의 그림(정규 음반 '12'의 앨범 재킷에도 사용했던)을 

걸어 놓았고 '완화치료'단계를 거쳐 자신의 장례식에 재생할 곡 리스트를 골랐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적이었다. 그의 자서전에 직장암이 여러 장기로 전이되어 수술이 스무 시간까지 

이어졌던 때의 이야기도 담겼다고 한다. 일기에 "과거 사람이 태어나면 주변 사람들은 웃고, 사람이 죽으면 

주변 사람들은 울곤 했다"라며 "미래엔 갈수록 생명이란 존재가 가벼워질 것이다. 그런 세상을 보지 않고 

죽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전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인간을 서로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해 온 결과다. 인간의 생명을 동물과 같은 수준으로 여기게 된다면 인간의 영혼과 고결한 의식도 그 

가치를 잃을 위험이 있다. 인류가 쌓아온 문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정신도 폄하되는 것은 아닐까? 최근 인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비건이 

늘어나는 것, 그리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사카모토의 말은 우리의 미래가 밝지 않고 종말을 향해 가는 중이라는 반증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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