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회고전
헛되고 헛되다! 성서 가운데 전도서의 일성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좀 더 읽다 보면 위로를 준다.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을 쥐고 아름다운 성과 드넓은 과수원, 낙원 같은 정원을 가꾼다고 해서 행복할까?
오늘하루 수고하고 그 보람으로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라고 한다. 생명의 연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과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은 신을 의식한 결과다.
내가 아무리 애쓰고 업적을 쌓아도 빈 손으로 돌아갈 인생이다. 인간이 하는 짓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한가?
설연휴를 보내기 위해 딸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서 제일 큰 소득은 장욱진 회고전을 관람한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의 특징인 '지속성'과 '일관성'은 일상적이고 친근한 모티브에서 볼 수 있다. 해와 달과 나무, 개와
인간(화가), 가족과 집,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까치다. 이것들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 이야기할 수 있다.
장욱진의 완결된 세계는 아주 소박하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우주가 있다. 작은 그의 그림에는 사랑이
가득 담겼다. 담백한 그림은 인간이 별 것 아니라는 겸손한 자세와 예술을 위해 순수하게 비워버린 마음에서 나왔다.
우리가 사는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작품으로 말한다. 세상에 얽매이지는 않는 자유로운
삶을 볼 수 있다.
그가 캔버스에 유화(730여 점)를 주로 그렸지만 먹그림 300여 점도 있다. 사물의 형태를 간결한 선과 욕심을 덜어낸 가벼운 채색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동양적이다. 군더더기가 없는 획으로 사물을 묘사한다. 무엇보다 내가 놀란
것은 그림의 사이즈가 아주 작다!
선하나 긋는데도 고심했다는 데,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그냥 그린 그림이 아니라 애쓴 흔적이 묻어 있는 것이다.
장욱진은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 창작에 전념
했으니 "그림처럼 정확한 나의 분신은 없다. 난 나의 그림에 나를 녹여서 넣는다. 나를 다 드러내고, 발산하는 그림처럼 정확한 놈도 없다."
화가의 목표는 진정한 자신이 되는 데 있어야 한다.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엇이 되든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림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어려움과 마주함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흉내 내서 그럴듯하게 만든 표면은 잠시 주의를 끌지 몰라도 곧 사라질
것이다. 정직하게 나 자신의 감각을 가지고 깊게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
장욱진의 ’ 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