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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by 명규원

그림 없이도 삶의 균형을 잡는 일이 가능할까? 삶에서 모든 에너지를 그림을 위해

유보하지 않는다. 오로지 작업을 위해서, 우선순위에 두고 사는 것도 아니다.

가끔 현란한 색채와 소음 너머 저편에서 모든 것이 고요해지기를 기다린다.

아름다운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과 일상의 침묵 속에 심호흡하는 순간이 있다.

그린다는 것은 때로 내면의 풍경이나 꿈을 볼 수 있는 상태로 바꾼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각 다른 삶의 방식과 취향, 사소한 열망을 갖고 살아가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유럽 어느 성에 적힌 글이 잘 말해준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당신은 이미 이곳에 있었다. 이곳을 떠난 후에도

당신은 이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

우리는 아무에게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모든 이에게 속해 있다. 가끔 느낀 적이 있고

잘 알지 못해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그래서 당신을 알아갈수록 나를 더 알고

잘 이해하게 된다.

점점 세상은 그림에서 멀어지고 있다. 좋은 그림을 기다리는 것은 당신이 그리운

이유와 같다.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건져 올리고 싶어서다.

비록 강렬한 표현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내가 그리는 그림이 누군가에게 따스한 빛의

기억만이라도 되살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겨울은 추위에도 뭔가 좋은 소식을 품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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