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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시회

by 명규원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와 포근하던 가을을 밀어냈다. 서울엔 첫눈이 종일토록

내려 쌓였다는데 눈 구경하기 어려운 부산은 역시나 햇빛이 쨍했다. 지인들이 찍은 사진은

산장의 모습 같고 뒤늦은 단풍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이 신기하기만 했다. 겨울이 왔다.

그동안 장염에 걸려서 토하고 설사하고 혈변까지…. 먹으려 들지 않는 개 때문에 거의 두 주를 노심초사하며

보냈다. 먼 거리의 2차 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가 동네 병원으로 수액주사를 맞히러 다니기도 했다.

중대형 견이라서 의사 선생님도 겁내는 편인데 못 먹어서 기운이 없어도 주사를 놓기 위해 남자

간호사와 내가 붙들어도 어려웠다.

이제 좀 마음이 놓이고 살 것 같다. 테디가 고구마와 닭가슴살 쌀죽에서 사료도 먹기 시작했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키우는 개도 이 정도인데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어떨까? 한시도 편할 수 없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일정이 당겨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 큐레이터도 마침 장염에 걸려서 입원까지 하다 보니 서로 소통이 부족했다. 예정대로

중순에 시작한다고 알았는데 갤러리 대표가 사정을 봐달라고 했다. 리플릿 작업도 구상해 봤던

내가 서둘러하게 되었다. 아들 절친의 어머니가 디자인 회사를 하고 최대한 도와주려는 마음이라 가능했다.

기간이 연장된 것을 가족들이 받아들여줘서 서울에 두 주 동안 체류하게 된 것은 휴가를 얻은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준비가 충분하지 않지만 내 모습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추위엔 따뜻한 것을 찾게

되는데 소박한 전시에서 내 그림이 따스하게 다가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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